성조기 부대에 기댄 리얼리티 스타의 말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물건너 가는 듯 보인다.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이 정도의 지지율 격차는 넘어서기 힘들다고 단언한다. 트럼프도 그걸 알고 있다. 그는 10만명이 넘는 자국 국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했는데도 애도의 뜻조차 표명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공감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4년 임기 내내 트럼프의 모든 정책과 행동의 화살표는 재선을 가르키고 있었다. 오로지 나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들을 공략하면 된다는 모토였다. 이민자들을 악마화하고 동맹국가를 적으로 돌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 전제주의국 리더들을 상대적으로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민주주의자가 아님을 4년동안 확인시켜줬다.
그렇다. 그는 민주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인권과 정치 철학에 대한 지적인 베이스가 전혀 없다. 돈외에는 어떤 것도 관심이 없다. 보수 기독교주의자라고 얘기하는 그가 포르노 배우와 성관계를 가진 것이 납득이 되는가? 그게 보수 기독교주의자라는 사람이 할 행동인가.
그의 임기 첫해부터 백악관 내부에서는 그의 백치미를 지적하는 단독 기사들, 그가 이민자들과 그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을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대한 책들이 발간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트럼프는 "다 거짓말"이라고 폄하하면서 "기밀누설"이라고 발끈했다. 거짓말인데 어떻게 기밀누설이 되는가. 둘 중에 하나는 충족할 수 없는 명제다. 나는 악마이면서 천사이고, 나는 물이면서 불이다..라는 얘기와 똑같다.
11월 대선까지 그는 그의 지지층인 극렬 성조기부대를 동원하는 정치를 계속할 것이다. 10만명이 자국 땅에서 사망했는데 여전히 마스크를 쓰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전히 앵무새처럼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바이러스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주지사들과 시장 등이 테스트가 모자르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그러면서 자기 유세에서는 "테스트 양성숫자를 줄이기 위해 테스트를 슬로우 다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할말인가.
그는 독재주의자도 아니다. 독재주의자는 강한 그립을 갖고 있다. 강한 철학과 신념이 있다.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는 카리스마조차 없다. 오로지 기대는 것은 백인 성조기부대다.
4년 전 그가 대선에 당선되면서 전 세계는 깜짝 놀랐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고 상대측 후보를 비아냥거리며 성적 언사를 마음대로 지꺼리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대부분 실현시켰다. 당시 전문가들에게 취재를 했을 때 "설마 그대로 하겠어요? 지지율 끌어올리려고 하겠죠."라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그는 진짜 그대로 했다.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고 나토 방위비를 올리라고 동맹들을 협박했고, 주한미군 방위비를 건드리고 있고, 캐나다를 협박해 나프타도 개정했다. 오로지 분열과 겁박, 협박의 정치다. 남탓의 정치다. 내가 이 모양 이꼴로 사는 것은 다 이민자 때문, 중국 때문, 다른 나라 때문이라는 가스 라이팅을 백인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그는 오는 11월 대선까지 말도 안되는 정책을 계속해서 시행할 것이다. 전 세계는 이를 잘 막아야 한다. 최대한 그의 대외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는 점점 더 성조기 부대를 자극하기 위해서 점점 더 분열의 정치를 강화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없이, 돈과 쾌락만 추구하는 사람이 세계 대통령이 된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4년 동안 목도했다. 그 파급력은 미국 대륙을 넘어 전 세계에 대재앙이 됐다. 이제 그 고리를 끊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