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본원적 경쟁전략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원가 우위 전략과 차별화 전략, 마지막으로 집중화 전략이다. 포터 교수는 산업 특성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이 3가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3가지 전략 가운데 언론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 과연 있을까.
우선 원가우위전략을 살펴보자. 원가우위전략은 경쟁자보다 낮은 원가에 제품을 생산해서 싸게 파는 방법으로 경쟁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미 기사는 공공재와 다름없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PC의 포털을 통해 기사를 본다. 유튜브를 통해서 기사를 본다. 그 기사를 읽을 때 돈을 내는 사람은 없다.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에게 신문 보급소에서 “다른 언론보다 한 달에 몇 천원 더 싸게 드릴게요. 구독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 말은 한 회사가 이미 공짜로 마시고 있는 공기를 가져다가 “B 회사보다 더 싸게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라고 궤변을 펴는 것과 마찬가지로 들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이미 그 상품과 서비스를 사실상 공짜로 향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없고,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가격 탄력성 자체가 형성될 수가 없다. 대신 언론산업은 원가우위전략을 펴는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우선 원가우위 전략을 펴는 기업은 기술발전을 등에 업고 신규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구매자들이 가격 이외의 측면에 더 관심을 두게 되면 원가우위전략 자체가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십 몇 년 전만에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신문 구독시 자전거 드립니다.’라고 프로모션을 했던 신문사들의 부수확장 전략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게 현 상황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원가우위전략의 두 번째 위험성은 지나지게 효율성에 집중하고, 조직원들의 이탈동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사들 대부분은 경영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언론사들도 마찬가지다. 사옥은 삐까뻔쩍하지만 재정상황을 들춰보면 탄탄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사들 특히 신문사들의 특징은 신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과 비교했을 때 구멍가게 수준도 안되는 상황에서 인적자원 하나만을 갖고 기업을 경영하는 탓에 적극적인 투자와 교육훈련을 요구하는 평기자들의 요구는 매번 묵살되기 일쑤다. 언젠가는 회사 사정이 나아지고 기업 분위기가 변하겠지라는 희망을 갖고 회사를 다니던 기자들도 몇 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가 보면 깨닫게 된다. ‘아 대다수의 언론사 분위기가 이렇구나.’ ‘내가 지금 언론 업계라는 거대한 난파선을 타고 있는 거구나.’라고.
하지만 회사는 기자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구성원들의 요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연일 밀어붙이기만 한다. ‘니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데. 시키는대로 해’ 말만 이렇게 직접하지 않았지 모두 알고 있다. 이게 언론사 임원들이 우리에게 하고 싶어하는 말이라는 것을. 결국 몇 년동안 조직에 남아 있으면서 회사의 변화를 목도하려고 시도했던 기자들은 조직을 이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어차피 언론사에 남아 있는 한 거기서 거기니 브랜드가 좀 더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하자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아예 언론계를 떠나는 기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언론사에 원가우위 전략이 유명무실하다면 차별화 전략을 적용해 보자. 차별화 전략은 소비자에게 독특한 가치를 제공해 높은 가격 프리미엄을 얻는 전략을 의미한다. 언론사들은 그동안 차별화 전략을 많이 시도해왔다. 회사 홈페이지와는 별개로 프리미엄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거나 아예 자회사를 신설해 유료 구독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을 펴는 것이다. 인수합병(M&A) 등 자본시장의 핵심 정보를 전달한다는 투자은행(IB) 업계 얘기가 주를 이룬다. 언론사들이 IB 정보를 다루는 자회사(신규 매체)를 신설하는 목적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재무제표와 실적, M&A 등 주가에 민감한 정보만을 다루는 별동대를 신설해 기업으로부터 광고, 협찬을 받아내는 데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존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광고나 협찬의 경우 경쟁사에서 대부분 규모를 훤히 알고 있는 만큼 새로운 곳간을 만들어 전체 파이를 좀 늘려보자는 심산이다. 결국 기업으로부터 광고와 협찬을 추가적으로 더 받아내는 플랫폼인 셈이다. 이를 위해 동원되는 것은 신규 자회사를 통한 포럼과 각종 시상식이다. 개별 언론사들이 구체적인 유료 구독자 수나 매출 등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구독자는 기업과 각종 관공서다.
우선 언론사의 차별화 전략은 기업 광고나 협찬 등 방식의 적절성은 차지하고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기존에 언론사에 광고와 협찬을 하던 것과 별도로 추가로 광고나 협찬을 하기 위해서는 명문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신규 언론사의 기사를 보지 않으면 우리 회사의 의사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유료 콘텐츠 전략은 핵심정보가 별로 없다. IB 정보 등 기업에서 민감한 얘기의 경우 이미 회계사, 펀드매니저, 증권사 등 이미 선수들 입장에서 다 아는 구문에 해당한다. 선수들끼리 다 아는 얘기를 바로 다른 선수한테 듣고 쓰는 기사, 기업 입장에서 차별화가 안 된다. 그것도 한 언론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의 언론사가 이 같은 IB 프리미엄 정보 전략을 펴며 기업을 상대로 유료 ID 구독을 늘려달라고 절반은 읍소이고 절반은 강제인 전략을 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말로 죽을 맛이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예산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매체력이 떨어지는 업체에 하던 광고와 협찬 비중을 줄이고 그나마 매체력이 있는 업체의 신규 자회사에 광고 또는 협찬을 터주는 수밖에 없다. 이후 광고나 협찬 비중이 줄어든 업체로부터 발생하는 악의적인 기사는 버티는 방법외에는 없다.
언론사가 차별화 우위 전략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예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다른 언론사가 신규 매체를 런칭하고 광고나 협찬을 통핸 매출을 올렸다고 미투 전략을 그대로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차별화 우위를 통해 진정한 경쟁우위 전략을 갖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과 인사조직, 교육훈련, 디자인 등 가치사슬활동 전반을 프리미엄 콘텐츠를 위해 투입해야 한다. 소위 전문가이고 선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 저 매체 구독 안하면 내가 좀 업계 트렌드에 뒤처지겠는데’라고 인식할 수 있을 만큼의 깊이가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단순히 홈페이지만 새로 만들어 놓고 타 언론사와 차별화도 안 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읍소전략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원가우위전략, 차별화우위 전략 모두 언론사에 적용하기 힘들다면 남은 전략은 하나다. 바로 집중화 전략이다. 집중화전략은 작은 세분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나는 언론사가 집중화된 차별화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중화된 차별화전략이란 특정 구매자 그룹이나 특정 지역 등의 틈새시장만을 대상으로 하되 차별화를 바탕으로 경쟁하는 전략을 뜻한다. 우리가 소위 슈퍼카라고 하는 람보르기니, 벤틀리, 맥라렌, 페라리 등의 특징이 무엇인가. 소비자들이 선주문을 하면 공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향에 맞게 자동차를 만들어 출고한다. 다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니다. 1년에 몇 대 생산하지 않는다. 차별화된 스펙과 디자인으로 소비자가 오히려 공급을 기다리게 하는 전략이다. 갑과 을을 바꿔버리는 전략인 셈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CNN이나 뉴욕타임스와 같은 유명 언론사를 보면 철옹성과 같은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딥 스로트(Deep throat)의 특종기사가 이들 매체를 통해 터져 나온다. 이들 매체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 매체가 적어도 진영논리에 따라 사실을 통째로 각색하거나 왜곡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집중화된 차별화 전략을 통해서 올해 1분기에만 전 세계에서 600만명에 달하는 신규 구독자를 유치했다. 이는 역대 최대 분기 구독자 증가세다. CNN의 경우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1020만명으로 폭스뉴스 구독자(564만명)의 2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서 청와대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특종 기사를 본적이 있는가. 왜 우리나라의 모든 언론은 백화점식으로 모든 이슈를 다 다루려고 할까. 과연 그 전략이 언론사의 레거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까. 나는 언론사가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극도로 끌어올리면서 팬덤 고객층이 스스로 구독을 위해 지갑을 열게 하는 전략, 즉 집중화된 차별화 전략을 찾지 않으면 현재의 경영전략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답은 언론사 스스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