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항상 혁신을 강조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혁신과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며, 이를 불어넣지 않으면 우리 경제와 사회가 붕괴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사와 칼럼, 사설을 보면 전부 이런 논조 일색이다.
혁신을 설명하기 위해 언론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업체들은 바로 실리콘벨리 기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류의 삶을 바꾼 말 그대로 ‘게임 체인저’ 기업들이다. 언론사는 왜 우리 사회는,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들은, 한국 교육은,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가들을 길러내지 못하냐는 식의 비판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이들 실리콘기업들의 혁신 DNA와 애자일(AGIILE) 등의 조직 문화를 우리 기업에 빨리 이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승전 실리콘밸리 기업’이다.
문제는 언론사에서 혁신을 외치면서 정작 제 머리를 깎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경영 혁신과 조직 문화 개선 모두 실패했다. 회사 내부의 속은 곯아터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만 해댔으니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물론 남을 비판하기 위해서 내가 스스로 무오류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를 펴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론사 스스로 비판을 받기 보다는 남을 비판하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다보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나가는 것에 매우 소홀했다. 그 결과는 지금 언론사가 처한 현실 그대로다.
사실 이미 국내 많은 기업들은 구글 등 실리콘벨리 기업들이 도입했던 애자일 조직문화를 도입해서 직급을 없애고 ‘OO님’이나 ‘프로’, ‘매니저’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직급에 따라 톱다운(Top-down)으로 지시가 내려 꽂혔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를 좀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정작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갖고 있을 것만 같은 언론사에서는 여전히 군대문화가 만연하다. 입사를 먼저한 선배는 나이가 많은 후배에게 ‘OO야’라고 부르는 일이 흔하다. 일반 회사는 개인의 실력이 중요시되지만, 언론사는 입사를 먼저한 사람이 장땡인 셈이다. 언론사에 입사한 후에 단 한 번도 내게 이 이유에 대해 말해준 선배는 없었다. 일각에서는 마감시간을 위해 분초를 다투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호칭을 효율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로 생각했을 때 업무에 있어서 언론사만 급박한 것이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다 자기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다. 특히 일반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에 따라, 다시 말해 자신의 전화 한 통화,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회사의 매출이 좌지우지 된다. 영업사원들은 매월, 매분기, 반년, 1년 단위로 자신이 맡은 매출 목표가 있어서 기간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연구개발(R&D) 인력들도 언제까지 연구를 끝내겠다는 목표시한이 있다. 단순히 언론사가 숭고한 가치를 지닌 기사를 다루기 때문에 하대와 일부 선배들의 욕설 등 후진적인 조직문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반인이 봤을 때 완벽한 궤변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리콘벨리 기업이나 해외 기업, 나라 어느 곳이든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 평균 근속 연수가 1.8년에 불과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언론사가 우리 사회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싶으면 조직 자체를 생기있게 바꾸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 그저 세계 일류 기업의 사례를 가져다 놓고 우리 사회와 기업을 비판하고 더구나 자사 조직 내부의 조직 문화 개선을 방치하는 것은 마치 팔짱을 끼고 “옆집 애는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하니”하고 자기 자식에게 잔소리만 하는 부모와 다를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