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춘 기자들의 한탄

by 캘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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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 시즌은 1년 단위로 움직이는 일반기업 경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해당한다. 고과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인센티브가 결정되며, 승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성과평가를 통해서 직원의 생산성을 일정한 궤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은 필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언론사는 기업경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성과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1년에 2번 정도 진행되는 인사평가 및 상향평가도 요식행위로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인사평가가 나의 인센티브(보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언론사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다.) 때문에 데스크의 인사평가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결과를 확인하지 않는 기자들이 있다. 어차피 내 월급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결과를 확인해봤자 기분만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기자들이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인사평가에 따라 개인의 승진이나 봉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언론 직종이다보니 데스크들은 자기와 연차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자기 부서 차장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줄세우기의 경향이 높다. 그래야 서로 머리 굵은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 붉힐 것 없고 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갓 입사한 막내 기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사 조직원들의 성과관리를 계량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보고서 개수와 매출 할당량, 계약 성사 횟수, 연구개발(R&D) 업적 등 개인별 실적을 계량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 기자들의 성과 측정은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한 달에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온라인 기사를 쏟아내고 지면으로 들어가는 기사도 수십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데스크가 A 기자가 쓴 기사의 개수와 밸류를 전부 유형화해서 기록해 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A 기자 스스로도 작성하는 기사가 워낙 많아서 스스로 기록하기가 어렵다. 그 시간에 취재거리를 하나 더 발굴하는 게 더 유익하다. 이같이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영역인 기사 작성을 계량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언론사에서 기자의 성과를 매출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매출은 각 부서를 맡고 있는 데스크의 영역이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나 편집국장이 각 데스크를 평가할 때는 매출 실적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개별 기자에게는 대입하거나 적용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결국 언론사에 다니는 일반 기자들을 성과평가라는 툴을 적용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언론사가 기사와 취재라는 무형의 가치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는 탓에 목표설정→성과측정 →공정한 등급평가 →피드백 하기→처우 및 보상결정이라는 일반 회사였다면 너무도 당연한 일련의 과정이 조직 운영에서 삭제된 채 굴러가는 언론사들이 많은 것이다.

언론사의 경우 일단 목표설정이 모호하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데스크급 이상 간부들의 목표는 이 언론사의 생존이다. 매출이 절대적이다. 2년에서 3년마다 데스크들이 바뀌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내 임기 기간에 전임자보다 매출을 증가시켜야 회사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런데 기자들에게는 이러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자생활을 하면서 새해가 되면 ‘올해는 전년보다 더 깊이가 있는 기사를 써야지. 올해는 특종 기사를 몇 개 이상 써야지.’라고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특종이라는 것이 해당 사실에 천착하다가 취재원이 말실수를 한다거나 보도자료 귀퉁이에 있던 것을 보고 전화를 했다가 전화넘어로 들려오는 것을 듣고 특종을 쓰는 등 진짜 우연에 의해서 발굴되는 경우가 많고 보통 그 때 그때 주어진 기사마다 열심히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 전년보다 더 좋은 기사를 써야지라고 생각해도 그것을 계량화한다거나 실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성과측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일부 특종을 써서 회사 내부에서 주는 시상식에서 상금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금액이 적은데다 다시 부서 내부에 회식비로 뱉어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기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셈이다. 일부 기자들에게도 협찬이나 광고를 따오라고 압박을 가하는 회사의 경우도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 중 일부를 해당 부서에 다시 내라는 식의 압박이 있다는 것도 들은 적이 있다.


성과측정의 애매모호함 때문에 일선 기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성과평가 자체가 줄세우기 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큰 탓에 상대적으로 연차가 높은 기자들이 열심히 일을 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 데스크들이 제대로 된 견책을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평기자들 사이에는 팽배해져 있다. 조직 내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회사 내부에는 데스크와 일반 기자 간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언제나 흐른다. 데스크급 이상에서는 평기자들이 항상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다고 투덜대고 평기자들은 데스크들이 현장에서 직접 뛰는 부서원(기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묵살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서로 직접적으로 이런 생각을 상대방에게 내지는 못한다. 그저 상대방의 마음을 전부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뿐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가장 최신의 팩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합심해야 할 데스크와 기자 간 보이지 않는 벽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반 기업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성과평가 후 진행되는 성과면담 조차 언론사에서는 사치로 받아들여진다. 성과평가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니 개별 기자에게 성장을 위한 피드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일선 기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는 차원을 떠나서 언론 조직의 유일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의 성장과 퀄리티 높은 기사 작성이라는 선순환 고리 자체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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