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없는 언론사의 함정

by 캘리박



공무원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승진을 하는 것이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과거 행정고시 출신들은 누구나 자기 부처의 장관을 한 번씩은 꿈꿨다. 사무관으로 입사해 서기관 이사관 부이사관 1급 차관 장관으로 올라가는 것. 차관부터는 사실상 신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최대한 높은 지위로 승진을 하는 것은 공무원의 꿈이다. 법복을 입은 검사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최소한 검사장 정도는 하고 커리어를 마감하는 것 아닐까. 판검사의 경우는 퇴직 직전 어떤 직급에 있었느냐에 따라 민간에 나왔을 때의 몸값을 결정하기 때문에 승진은 정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승진에서 물을 먹었다고 판단될 경우 아예 옷을 벗고 민간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언론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언론사는 승진이 거의 없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재원을 만났을 때 “직급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물으면 차장을 달기 전까지 기간인 최소 13년 이상을 “(그냥) 기자입니다. OO기자라고 불러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13년이란 기간은 요즘 같이 직장을 다니는 주기가 짧아지는 시대에 상당히 긴 기간이라고 볼수 있다. 일반 회사에 입사한 직장인이 사원에서 대리, 과장을 달고 일부는 차장을 달았을 수도 있는 기간이다. 일반 기업이나 공무원들은 승진시즌을 기다린다. 비록 승진 이후 늘어나는 월급이 몇 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승진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직장 생활에 있어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가운데 몇 년 만에 돌아오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언론사는 승진이라는 것이 차장(부데스크), 부장(데스크) 정도다. 기자로서 올라갈 수 있는 사실상 최종 지위에 해당하는 편집국장은 마치 일반 정부부처의 장관처럼 신이 점지해 주는 영역이라 논외로 치자. 그렇다면 차장, 부장 정도만 남았다.

지금 나는 언론사의 승진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답을 정해 놓으려는 게 아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승진을 통해 조직원 스스로 그동안 느슨해졌던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동기부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지만 임금 베이스의 상승으로 인해 금전적인 이득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기자들은 이 같은 기회가 제공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요즘 평기자들이 아예 승진하는 것 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언론사가 같은 경영지침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개 회사에서는 차장 직급부터 매출과 연관되는 일에 대해 역할을 부여한다. 협찬기사에 대한 기획을 하라거나, 포럼을 기획하는 등의 업무다. 그동안 취재와 기사 작성에만 충실하면 됐었던 평기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차장까지는 연차만 쌓이면 승진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더 큰 부담은 바로 데스크(부장)가 되는 것이다. 요즘 기자들 가운데 데스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지 않다. 요즘 같은 시대에 데스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너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기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쓰면서 십수년을 보냈던 기자들은 데스크가 되면 전세가 역전된다. 전 데스크 대비 매출 상승이라는 회사의 특명을 수행하기 위해서 날마다 고군분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점심부터 매일 저녁에 술약속이 있기 일쑤다. 개인의 건강을 챙기기 힘든 구조다. 요즘 같이 워라밸이 중요한 시기에 언론사의 데스크로 사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언론사의 데스크였다는 게 민간으로 나갔을 때 별다른 메리트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평기자들은 알고 있다.

나는 평기자들이 차장, 부장 승진을 꺼려하는 트렌드가 향후 언론사들의 조직 구조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전략 없는 경영방식에서부터 변화 없는 조직구조 모두 언론사가 처한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keyword
이전 12화성장 멈춘 기자들의 한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