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 점수 빵점인 언론사

by 캘리박


언론사의 유일한 자원과 역량은 인적자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다. 언론사는 일반 기업들과 같이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할 만한 것이 그닥 존재하지 않는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대규모 공장을 지어 생산라인에서부터 경쟁기업을 압도해 버리는 ‘규모의 경제’와 같은 진입장벽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산업 구조가 일반 기업과는 아예 다른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언론사가 경쟁사보다 나은 자원과 역량을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교육과 훈련이다. 교육과 훈련이 없으면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과 1,0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한다. 비록 제약사의 재무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개발에 성공하기만 하면 회사에게 엄청난 금전적인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투자다.

그렇다. 교육과 훈련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언론사의 현실은 전혀 이같은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 언론사들은 모든 교육과 훈련을 기자 스스로가 해야 할 몫이라고 단정해 버린다. 회사의 재무적 역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 자금을 투입해야 할 여력이 안 된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언론사에 입사한 새내기 기자들은 언론재단에서 2주간 교육을 받고 사내에서 6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거친 후 일선 부서에 배치된다. 요즘 같이 회사마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2주간의 언론재단 교육은 어떤 기자에게는 기자 생활 내내 받은 유일한 교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재단에 일부 연수나 강의 코스가 있다고 해도 회사 인력 상황이 너무 타이트해서 업무시간에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케줄 등으로 언론재단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힘들다면, 회사가 제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각종 강사를 초빙해서 회계나 재무 또는 정치학, 영어 등 선택 코스를 들을 수 있게 한다거나, 직원들이 전문 학위를 딸 수 있도록 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사에서 기자들의 교육훈련을 위해 하는 것이라곤 자기개발비 명목으로 1년에 몇십만원을 제공하는 게 전부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개별 기자들이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제공과 그것을 들을 수 있도록 조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핵심이다. 그렇다고 개별 기자가 석사학위라도 하려고 할 경우 비교적 술자리가 잦은 직업군이 기자 업무에 비춰볼 때 석사 공부와 회사 생활을 병행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표준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한 데 재무적 역량 부족에다 인력부족이라는 상황에 직면하다보니 개별 기자들이 느끼는 공허함은 상당하다. 회사에서는 기자들의 손발을 다 묶어 놓고 ‘왜 기사가 이 정도 밖에 안돼’라고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교육훈련이 없는 탓에 기자들은 입사한지 몇 년 만에 상사가 자신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먼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 회사에 먼저 입사한 것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지시를 뻔뻔하게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저 상사가 지적으로 우위에 있고 존경할만한 상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기부여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경우 전년 대비 높은 성장률, 기업의 경우는 전년보다 높은 매출, 스포츠 팀은 전년보다 높은 순위, 학생의 경우 많은 지식의 습득, 직장인의 경우 지식과 암묵지의 혼합을 통한 최상위 생산성을 발휘하는 것 등이 성장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기자들은 공허함을 호소한다. 내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는 것이다. 기자들이 매일 같이 만나는 취재원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정 궤도에 오른 사람들이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기사 작성을 위해 만나거나 통화를 하는 사람들도 전문가들이다. 전문가들은 최소 석사나 박사학위 등을 보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대학 졸합장 하나다. 소위 명문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일반 대학에 가면 아직 대리에서 과장 연차에 불과하다. 취재원들은 나를 부를 때 ‘기자님’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내가 갖고 있는 스페셜티라고 할만하게 내세울 수 있는 게 없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브런치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원티드, 리멤버 등 각종 플랫폼에 글을 쓰고 있다. 각종 플랫폼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전문 지식 위에 자신의 생각을 녹인 것이다. 전문성 차원에서 기자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극히 일부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기자들이 쓰는 기사가 거의 전적으로 내수용에 가깝다보니 요즘과 같은 초연결 시대에 스스로 세계인의 한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토익 만점을 받고 언론사에 입사하더라도 회사에서 영어를 쓸 일이 없다. 국제부에 배치되더라도 외신을 빨리 해석하는 게 중요하지 실제로 외국인과 말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을 일이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자들의 공허함은 점점 불안감으로 바뀐다. 대학 졸업 후 언론사에 입사해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데 계속해서 회사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치 물이 바닥난 항아리에서 계속 해서 물을 퍼내는 느낌이다. 일반 직장인들은 영어, 중국어에다 빅데이터나 회계 공부다 열심히 공부하는데 도대체 지금 나는 뭐하는 걸까. 하루 종일 취재원과 데스크와 실강이를 벌이다가 파김치가 돼 퇴근했을 때의 공허함. 취재거리나 정보보고를 찾기 위해서 매일 같이 취재원들과 술을 마시다가 택시를 타고 퇴근 후 만취한 상태에서 잠에 드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의 한심함. 회사에서 기획하라는 지시는 계속해서 내려오는데 차장이나 부장은 아무런 아이디어나 가이드라인 제공은 없고 머리를 쥐어 짜내도 발제를 할 수 없는 막막함. 기자로서의 내 역량이 이것뿐인가 느낄 때의 자괴감. 이 모든 것이 혼합돼 기자들을 괴롭힌다. 지금 내가 취재원과 맺고 있는 네트워크가 과연 내 인생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지금 저 상대방은 내가 기자라는 신분을 갖고 있으니까 나를 만나주는 것일텐데 내가 기자라는 타이틀을 떼고도 확보해야 할 전문지식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세상에서 더구나 레드오션 중에 레드오션인 언론 시장에서 내가 기자로 생존하는 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자기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자들이 이런 문제점을 회사에 호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각종 사내 익명게시판이나 블라인드, 리멤버 언론게시판 등을 보면 기자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교육훈련에 대한 니즈를 회사 측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무응답’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자들의 이러한 요구에 반응을 하는 순간 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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