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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Oct 30. 2020

'00탓'으로는 정치를 할 수 없다

"투기꾼탓, 중국탓, 강남 아줌마탓, 한국은행탓, 친일파탓, 야당탓"

https://www.fnnews.com/news/202010290034149435


얼마 전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근혜 정부가 올린 집값, 문재인 정부가 떠안아"라는 발언을 했다.

노무현 정권의 집값 안정화 대책이 이명박 정부 때 효과를 발휘했고, 그 수혜를 이명박 정부가 누렸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때 정부에서 대출받아서 집을 사라고 내몰았던 정책 때문에 지금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이전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했던 말과 비슷하다. 현재 집값 상승세가 이전 정권에서 한 것이라는 핑계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4/2020081402859.html

나는 몇 년전에 김현미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금 기사와 같은 비판을 한 적이 있다. 박근혜 정권 주택 정책을 폈던 사람들은 과장에서 국장으로 국장에서 차관으로 승진했다. 그럼 그 사람들이 잘못한 것인가. 그 사람들이 범법행위를 한 것인가. 아니다. 그분들은 당시 청와대와 국토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등 여러 사람들과의 논의를 통해서 당시에는 최적의 정책을 내놓는다는 신념으로 일을 했을 것이다. 

https://brunch.co.kr/@parkhy16/55


https://newsis.com/view/?id=NISX20201023_0001208348&cID=10401&pID=10400

핵심으로 돌아와 얘기를 해보자면, 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실패를 전 정권과 한국은행으로 돌리고 싶어한다. 그런데 현 정권의 임기는 지금 하반기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금 정권의 논리는 자신이 대학 입시에 실패한 것을 두고 '초등학교 때 옆자리에 앉은 애가 계속 공부를 방해해서 못갔던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통상 새로운 정권은 이전 정권의 안티 테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권좌에 오른다. 그러면서 사회는 발전(?)해 나가는 것일게다. 그런데 안티 테제를 제시하고 대안 세력으로 스스로를 칭하며 권좌에 잡았던 사람들이 '이전 정권에서 이래놔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친일파 세력이 망쳐놔서 그런 거야' '투기꾼 탓이야' 이런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게 되면(pass the buck to others) 국민들은 허망함에 빠져버린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할 수 있다고 그래서 뽑아준거잖아? 그런데 왜 이전 정권 핑계만 대지?'라고 


저금리라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일견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듯이 한국은행은 언제나 금리를 올리고 싶어하는 조직이다. 경제가 안 좋으니까 한은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거고, 경제를 좋게 만들어야 할 의무는 현 정권이 갖고 있다. 가진 거라곤 금리와 자금중개대출 등 밖에 없는 조직에게 세제와 예산, 법률을 모두 틀어쥐고 있는 경제부처에서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한은 핑계를 대는 것은 너무도 궁색하다. 경제가 좋았으면 한은이 당연히 금리를 인상했을 것이다. 


향후에도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나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이 이들과 같은 스탠스를 유지하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전임자가 다 망쳐놔서 내가 정책을 펼칠 운신의 폭이 없어'라는 말만 반복하게 된다면. 개인들이 자신의 삶에서 이와 같은 스탠스를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어제도 열심히 못 살았으니, 오늘 열심히 살면 뭐해라는 자조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너무 큰 비약인가. 사람은 기본적으로 희망을 먹고 살아간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은 더 나아지겠지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그 기대감과 희망을 자양분 삼아 오늘도 새벽을 깨운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낸다. 희망이 꺾이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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