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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Oct 30. 2020

00탓으로는 정치를 할 수 없다 2탄

'코비드 코비드 코비드, 중국, 한국, 캐나다, EU, 멕시코'


미국 대선이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4년 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나는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개표 방송을 보고 있었다. 기자들끼리 "어~어~? 트럼프가 이기네..이러다가 이기는 거 아냐?" 하다가 진짜로 이겨버렸다.

트럼프 당선 전에 트럼프의 대선 공약(한국과의 FTA를 새로 하겠다든가, NAFTA 개정, 장벽 설치 등등)과 관련해 취재를 해보라는 회사 지시에 따라 내 전화에 응답했던 전문가들은 백이면 백 "트럼프가 정말 그렇게 하겠어요? 정권 잡으려고 하는거겠죠"라고 답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진짜로~ 그렇게 했다. 

오랜 동맹국인 나토와 한국, 캐나다를 압박했고, 동맹국을 조롱했다. 결국 한미FTA 개정, NAFTA 개정을 이끌어 냈다. 중국과의 무역 협상도 돌입했다. 

그는 애초부터 대선 공약으로 'OO탓'을 상시화 했다. 시골에 공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 당신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중국과 남부에서 넘어오는 멕시코인들 탓이라고 백인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언어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백인우월주의자들은 트럼프가 아동성애자들이 판치는 더러운 세상에서 우리를 구원하러온 구원자라는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그게 바로 Qanon이다. 


현지 방송의 인터뷰를 보면 어떤 이들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라며 눈물을 펑펑 터뜨린다. 아이들이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의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한 아동성애자일당에게 포로로 잡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Qanon은 결국 아동성애자 박멸(?)이라는 이상한 외피를 띄고 있지만 백인우월주의의 전파를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있다. 과거 우리가 학교에서 전 세계 인종의 용광로(멜팅팟)이며, 민주주의의 진원지라고 불렀던 미국이 백인우월주의의 망령이 기승을 부리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결국 인종 탓의 전형이다. 유대인도 주요 타깃이다. 유대교회에 총기난사가 벌어지는 일도 왕왕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는 "나는 코로나가 지겹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학교든 공장이든 모든 것을 다 오픈해야 한다"고 말한다., "테스트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확진자가 많은 거"라는 궤변도 내놓는다. 그럼 테스트를 하루에 0명 하면 확진자가 0명이라는 얘기인가? 경제를 죽이자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확산 상황이 너무 심각하니 잦아들 때까지 lockdown을 시행하고 확산 기세가 잦아든다 싶으면 조금씩 오픈을 하지는 거지. 


남탓을 하는 거는 결국 내가 내 할일은 제대로 안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어차피 내가 열심히 해도 다른 사람 때문에 안될 거고, 열심히 안해도 안될거다. 그런데 열심히 할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쟤때문에 쟤탓인데.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대형 제약회사나 빌게이츠가 백신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려고 코로나를 퍼뜨렸다고 믿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들은 거리두기와 마스크를 거부하며, "코로나는 hoax!"라고 외친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민주주의의 진원지이며, 나름 선진국으로 동경해왔던 국가들의 민낯을 보고 있다. 지금은 우리는 코로나라는 공동의 적과 3차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며, 자유와 방종은 분명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들 국가는 모르고 있다. 오로지 oo탓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내 삶이 이모양 이꼴이라는 핑계를 다른 쪽으로 대기 위해 다른 나라와 인종, 내 옆집 사람, 다른 성(性) 등 희생양(scapegoat)을 찾아 손가락질을 하는 일을 할 것이다. 

그런데 사회문제와 경제는 다 연결돼 있다. 다른 인종을 싫어하더라도 다른 성(性)을 싫어하더라도, 다른 나라를 싫어하더라도 당신이 먹고 살려면 결국 누군가에게 당신의 재화와 용역을 팔아야 한다. 그거를 사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게 싫다면 산속에서 자급자족을 하는 수밖에 없다. 

00탓을 할 시간에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내가 진정으로 내 삶의 commander in chief 역할을 했는지, 내 삶을 제대로 주도했는지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것이 내 자신을 다스리은 내 삶의 정치이든, 3억명의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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