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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박 Jun 22. 2019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 류마티스학회(EULAR) 취재후기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2019 유럽 류마티스 학회(EULAR) 취재를 다녀왔다. 바이오부를 맡은지 4개월째에 학회 취재를 가게 돼 무척 감개무량했다. EULAR는 세계 약 1만5,000명 이상 임상의사와 관련 전문가가 참석하는 세계 최대 류마티스 학회다. 장소는 IFEMA 컨퍼런스 다.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 같았다.


12일 학회장 입구에는 등록을 하려는 전 세계 언론인들과 의료 관계자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학회 첫 날인만큼 한산한 분위기였다. 국내에서 사전 등록을 하다가 복잡한 절차에 현장등록을 하려고 했던 나는 순식간에 멘붕에 빠졌다. 기자라고 얘기했지만, 한국에서 쓴 바이오제약 관련 기사와 우리 회사(언론사)의 확인서가 있어야 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학회 현장을 취재하러 왔는데 식은땀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바이오업체의 홍보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다른 언론사 선배도 사전 등록을 안했지만, 출입을 했다며 안심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선배는 "국내에서 쓴 니 기사를 인터넷으로 보여주고, 니 명함에 있는 이름이랑 똑같은 걸 확인시켜주면 돼"라고 말했다. 핸드폰으로 얼른 기사를 찾아 내 이름이 적힌 기사와 명함을 대조해 보여줬다. 담당자는 안으로 들어가라며 학회 행사 플랫폼으로 가득찬 에코백을 내줬다. 휴우~유럽에서 글로벌 시말서를 쓸 뻔했지만 겨우 상황을 모면한 것이다. 프레스(언론)가 아닌 일반인과 의사들은 1인당 150만원의 학회 참석료를 내야 한다.

학회장 입구에 들어서니 스페인을 상징하는 '산딸기를 먹는 곰'이 우리를 반겼다.

이번 출장은 국내 대표적인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흥미로운 데이터를 발표하기로 예견돼 있었기 때문에 기획됐다. 이번 학회에서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 ‘램시마SC’가 기존 정맥주사형(IV)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안정성과 효능에서 차이가 없는 것을 입증해 내며 본격적인 글로벌 학술 마케팅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서 판매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의 제품효능 및 안전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베네팔리와 에타너셉트 성분 오리지널 의약품인 엔블렐과 류마티스 관절염 및 축성 척추 관절염 환자 533명의 바이오시밀러 스위칭한 결과, 6개월 경과 시점까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총 1,461명의 에타너셉트, 인플릭시맙, 아달리무맙 처방 환자들을 대상으로 통합 분석연구를 진행한 결과, 처방 후 6개월및 1년간의 치료 경과를 비교 연구한 결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군과 오리지널 제품군 간 질환 변동 수준(disease fluctuation)이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직접 데이터로 입증한 것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로 나뉜다. 우리가 쉽게 먹는 합성의약품(케미컬) 알약도 오리지널약과 제네릭으로 나뉜다. 오리지널약에 대한 특허권이 풀리면 제네릭으로 좀 더 저렴하게 우리가 복용하는 것이다. 바이오의약품도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풀리면 바이오시밀러로 개발을 하는 것이다. 다만 바이오의약품은 케미컬과는 달리 우리 인체 내에 있는 살아있는 물질을 통해 개발하는 만큼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데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과 버금가게 연구개발과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세계 최초로 해낸 회사가 우리나라의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이 내놓은 '램시마'는 세계 최초의 레미케이드(오리지널 의약품) 바이오시밀러이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첫째날과는 달리 둘째날(13일)부터 학회장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산했던 첫날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전세계에서 모인 언론과 의료진들로 학회장 전체가 붐볐으며, 그들의 말소리가 학회장 전체에서 울려 퍼졌다. 말로만 듣던 다국적 제약사들의 부스에는 새로운 의약품 트렌드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성황을 이뤘다.

학회장에는 입구에 가장 큰 부스를 열어 놓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는 세계 1위 블록버스터 자가면역 치료제 '휴미라'를 내놓은 애브비였다. 휴미라는 한해 글로벌 시장에서 20조원이 팔리는 초특급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 오리지널이다.

휴미라에 대한 애브비의 자부심은 상당해 보였다. 마치 애플의 '아이폰'을 세일즈 하는 현장과도 같았다. 한해 20조원이나 팔릴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한 업체 관계자는 "부스가 입구에서 가깝고 크기가 커질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스 대여 가격만 수억원을 호가하는 것은 안다"고 귀띔했다.

셀트리온 외에도 국내 업체로는 LG화학이 학회장에 부스를 차리고 홍보를 진행했다. 그동안 바이오 의약품을 불모지와 같았던 한국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나가는 것을 보니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학회장 분위기는 자유로웠다. 거대한 홀 안에 여러 개의 부스가 있고, 가운데에는 음식과 커피 등 각종 먹거리를 제공했다. 아이스크림도 무료로 줬는데 무척 맛있었다. 학회장 건물 밖에는 핫도그를 파는 푸드트럭도 있었고, 거대한 푸드코트가 있어서 피자나 햄버거 등을 사먹을 수 있었다. 우리 일행은 바깥에서 피자를 먹었는데, 햇살이 매우 강렬해 선글라스를 쓰고 먹어야 했다.

이번 학회의 트렌드는 류마티스 환자들이 스스로 자가 주사를 놓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류마티스 환자는 손가락을 제대로 쥐기도 힘들다. 통상 8주에 한번씩 병원에 내원해 정맥주사(IV)를 맞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많은 회사들이 피하주사 제형(SC)을 내놓기 시작했다. 환자가 셀프로 2주에 한번씩 약을 맞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랄디의 펜형 주사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학회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의 상온 보존가능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28일로 두 배 늘린 것을 앞세워 홍보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의약품은 단백질 등 생물학적 제제가 주 성분이고 인체에 직접 주입되는 물질인만큼 용법과 용량에 따른 사용 및 보관 절차가 까다롭다. 다국적제약사 애브비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를 포함한 아달리무맙 성분 의약품들의 제품 허가기준 상온 보존가능 기간은 모두 14일이다.


현지 마케팅 임원들과의 인터뷰 등 취재과정은 매우 흥미로웠지만, 한국 시간에 맞춰 기사를 쓰는 일은 곤혹스러웠다. 미리 기사를 써서 올려 놓고 자면 되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했지만 워낙 장거리 비행기에 몸이 피곤했던데다 시차까지 적응을 못해 현지시간으로 오후 10시에 깨려고 알람을 맞춰놓은 것을 못듣고 11시 55분에 일어나버렸다. 한국시간으로 7시가 다된 시간이다.

10매 정도의 분량이라 쉽게 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완전히 오산이었다. 잠이 덜깬 상태라 집중은 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잡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쓰다가 세수하고 샤워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현지시간으로 새벽 3시경에 기사를 써서 올렸지만, 조금 이따가 데스크로부터 보이스톡이 왔다. "현장감 있게 다시 써봐" 결국 밤새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기사를 다시 써서 올렸다.  


=>이게 그 결과다. (지면 기사)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569726

===>여기서부터는 인터넷 기사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569980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569362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570766


통상 언론사 부서 주기가 2년~3년인 만큼 나는 앞으로 최소 2년 이상은 바이오부서에서 일을 해야 한다. 이번 학회 출장은 그동안 관념적으로만 알았던 다국적 제약사와의 총성없는 전쟁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현지 마케팅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였고 앞으로 이 부서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취재 후기를 통해 많은 독자들이 EULAR 분위기에 대해서 간접 체험해보시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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