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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과 정부부처<23>

by 캘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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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를 출입하다가 보면 가끔 대변인실로부터 곤혹스런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장관이나 차관의 기고문을 신문 오피니언 면에 실어줄 수 있냐는 것이다. 보통 언론사는 신문 오피니언면에 기고할 리스트를 최소 2~3달 전에 구한다. 하지만 이 순서를 어기고 자기들의 기고문을 실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이다. 물론 언론사는 정부부처가 엄청나게 중요한 출입처인 만큼 관계 유지차원에서라도 기고문을 실어주곤 한다. 정부부처 장차관의 기고문은 크게 몇 가지로 구분된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에 대한 홍보, 최근 발표한 대책에 대한 홍보, 또 정부가 하는 대책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국호에 계류돼 있는 법안들이 통과해야 한다는 시급성을 알리는 것 등이다. 여기에는 장차관이 아니라 정부와 코드가 맞는 주장을 하는 교수나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동원될 때도 있다.

장차관의 기고문은 해당 제도를 주도적으로 만든 국의 주무 서기관이 주로 작성한다. 관련 정책이나 제도에 대해서 정부부처 내에서 그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 내가 얘기하는 정부부처의 기고문을 보고 여론조작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를 그저 여론조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가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다. 국민들이 관련 제도에 대해서 관심이 없거나, 반대하는 여론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부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반감만 커지고 실행력을 떨어지게 된다. 결국 이는 대통령 지지율의 추락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정부부처 내에서도 각 부처가 얼마나 정책 홍보를 잘하느냐에 따라서 성적표를 매기기도 한다. 부처마다 유튜브 페이지를 만들고 대변인실 내에 SNS를 관리하는 직원을 두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국민과 유리된 정책과 제도는 그야 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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