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서로 만날 수 있는가.
흩어진 구음
글, 사진, 영상_박효진 (2023.03.)
과거를 되돌아보니 과거의 시간은 분명 나를 격려하고, 나의 행위를 이끌어주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과거를 연구해 보지만 현재에 길들여져 있어 전혀 다른 세계가 되어버린 과거를 떠올리거나 더 머나먼 전통의 것을 상상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변화를 기록한 역사를 들여다볼수록 추측할 수 있을 뿐 뜬 구름처럼 덧없는 과거의 기억은 달빛과 새벽의 다툼으로 느껴진다.
새벽이 오기 직전의 공기 그리고 아침의 고요.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끈임 없는 대화 속에서 나는 앞을 바라본다.
나의 걸음은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물론 분명치 않은 머나먼 과거에서 차차 뚜렷한 자기 모습을 드러내며 전해 내려오는 전통은 좋은 면을 참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때로는 굴레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문화란 언제나 살아 숨 쉬고 있으며 계속 변화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화석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위 전통문화라고 부르는 것도 단순한 사료적 가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안에서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비로소 그 의미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을 다루면서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예술의 가치에 대한 질문에서 시원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그저 나는 오늘도 현재 예술 활동 속에 담겨있는 나의 정서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소재를 찾고 또 찾아간다.
오늘날 예술의 장르 구분이 무의미해졌고 경계는 허물어졌다. 누구나 예술가가 되는 시대의 공동체 예술에 가깝게 예술을 즐긴다는 관점에서 창작 예술로 만나면 마음을 함께 모으고 벽을 트기가 쉬우니 새로운 세상은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요구하듯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 무엇을 계속 찾아 나가려고 한다. 관객은 그 작은 무엇에도 분명 에너지를 느낄 것이다. 나의 작품이 마음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을지 작품의 메시지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얼마만큼 감각하게 할 것인지 나 자신에게 기회를 끊임없이 주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는 일은 이 시대 예술과 예술가들의 책무이자 사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살면서 경험한 나만의 이야기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거나 기존의 방식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기를 드는 행위가 아닐까. 또한 예술은 그 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관통한 것을 예술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예술은 변신 과정을 통해 자신을 혁신하는 동시에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언제나 시대를 반영해 왔으며, 그 시대를 움직인 예술가들은 많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에 오래오래 남게 된다. 예술이 움직인 그 마음들은 시대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왔고,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 만날 수 있는가.
생존이 힘들어도 예술은 수행되어야 하며 예술을 통해 우리의 생존은 여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