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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파르크 Oct 12. 2017

사마천, 진정한 역사의 아버지(하)


[치욕을 극복하고역사에 남을 역사서를 만들다]


“문왕은 옥에 갇혀 “주역”을 저술하였고, 공자는 이도 저도 뜻대로 안 되는 역경 속에서 “춘추”를 지었습니다. 또한, 손자는 다리가 잘렸지만 병법을 엮었으며, 한비자는 옥에 갇혀 ‘세난편’, ‘고분편’을 저술하였습니다. “시경” 100편도 성인과 현인들이 분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편찬한 것 아닙니까?”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쓴 편지 -     



 태사령이란 그럴듯한 관직에 있으며, 역사 집필에 몰두하던 사마천. 그에게 궁형은 너무나 가혹해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언이기도 했던 역사서 저술이란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역경과 분한 마음을 저술의 원동력으로 삼습니다.     


감옥에 있을 때도 집필을 쉬지 않습니다. 나중에 무제가 사마천을 용서해 환관으로 삼습니다. 다른 신하들이 궁형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환관이 된 사마천을 비웃었습니다. 그런 멸시와 모멸을 꾹꾹 눌러 참습니다.       

     

결국 사기라는 대작을 완성합니다.     



“나는 근자에 나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서툰 문장에 의지하여 세상에 흩어진 옛 자료를 정리하고 검토하여 …… ‘표’ 10편, ‘본기’ 12편, ‘서’ 8편, ‘열전’70편, 도합 130편을 만들었습니다. …… 천하에 흩어진 기록과 오래된 풍문을 망라하고 역사상 인물들의 행적을 깊이 관찰하여 왕조의 흥망성쇠 이치를 규명하여 황제에서 현재까지를 저술했습니다.”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쓴 편지 -     



 남들은 한 권을 쓰기도 어려운 책을 130권이나 썼습니다. 중국 신화시대부터 한나라 무제까지의 역사를 망라합니다. 그저 사실을 죽죽 나열하여 모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특별한 자료 분류 체제이자 서술 체제를 만듭니다. 바로 기전체죠. 기전체는 역사를 인물, 연표, 제도로 나누어 서술하는 체제입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보면 황제를 다룬 ‘본기’, 제후를 다룬 ‘세가’, 뛰어난 인물과 주변 민족을 다룬 ‘열전’, 연표인 ‘표’, 문화와 경제 그리고 제사 등 제도를 다룬 ‘서’로 나눕니다. 주제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죠. 이런 사마천의 기전체는 중국 왕조들의 역사를 서술하는 공식서술체가 됩니다.      


 또한, 중국에서 인정하는 가장 권위 있는 역사서를 정사라고 합니다. 사기를 따라 후대 중국왕조들은 역사서를 집필합니다. 각 왕조별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역사를 한 권씩 정사로 지정합니다. 사기는 이 정사의 시작을 장식하는 역사서이기도 합니다.   

  

 사마천이 사기를 쓰기 전까지, 역사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저 경전 중의 일부내용에 불과했죠. 상서와 춘추라는 경전에 과거 사실들이 들어가 있었지만 과학적이지 못하고 교훈적이었습니다. 역사가 독립적인 학문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라는 역사서를 만들어, 경전에서 역사를 빼냈습니다. 역사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었던 것이죠.      



“내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이 저술을 명산에 감추어 영원히 전하게 하고, 다른 한편은 수도에 두어 후세에 성인군자의 살핌을 기다리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전날의 욕됨을 씻고자 하며, 이제는 만 번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그의 바람처럼 후세의 사람들은 사기를 읽고 또 읽으며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그의 책을 읽은 수많은 성인군자들도 등장했죠. 수천 년 간 중국의 역사가들은 사마천을 따라 역사서를 쓰기도 합니다.      


 사마천은 머리와 마음으로 역사를 낳은 진정한 ‘역사의 아버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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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podbbang.com/ch/1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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