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 상담소 #2
Q.
아마 병원에서 검사 받아 보면 아내보다 제가 더 우울하다는 결과 나올 겁니다. 아내가 치료 받는다고 하면 저도 치료 받고 싶거든요. 그게 뭐 꼭 약물 치료는 아니어도 되고요.
저 이 사람 의심만 하고 있는 거 아닙니다. 이 사람 괜찮아졌으면 하거든요. 진심으로요. 저는 끝까지 제 부부 관계 지키고 싶습니다.
저 제 아내 욕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고요. 진짜 너무 답답해서 선생님 뵈러 온 겁니다.
A.
잘 오셨어요. 남편분이 아내분을 정말 미워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안 계실 거란 거 저도 알고 있어요. 진짜 싫은 사람에 대한 의심은 굳이 풀고 싶지 않거든요. 그 사람을 다시 잘 봐 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
그런데 남편분은 지금 아내분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고 싶으신 거잖아요.
Q.
네.
A.
거기에 의미가 있는 거죠.
부부 관계에 의심이나 불신 같은 단어가 끼어들면 그때부터 당사자 모두가 예민해집니다. 누군가를 못 믿는 쪽도 누군가의 의심을 받는 쪽도 죄책감과 분노를 번갈아 느껴요.
그런데 부부 사이 신뢰에 균열이 나는 게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거든요. 때로는 두 사람 의견이 달라서 때로는 두 사람 이해가 달라서 때로는 두 사람 욕구가 달라서 사람은 사람에게 실망하고 그 실망감이 커지면 신뢰감에 문제가 생깁니다.
어 이 사람 내가 알던 그 사람 맞나.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아니면 이 사람한테 그동안 속았나.
그 불신감을 건강하게 해소하려면 아무리 친밀한 사람들이어도 서로를 다는 알지 못한다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부라고 서로를 다 아는 게 아니거든요. 한 집에 사는 사람들도 서로 잘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서로를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평생을 같이 삽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 대부분이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하죠.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더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에게 요구해요. 내가 아는 당신이 진짜 당신이니 당신은 내가 아는 당신답게 행동해라.
Q.
폭력적이네요.
A.
실제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상이기도 하죠.
유념해 두면 좋을 부분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고 오늘 상담 마무리하겠습니다.
믿음이라는 건 누가 나한테 만들어서 주는 게 아니라 내 기대가 스스로 만드는 거라는 사실입니다. 믿음의 뿌리에 기대가 있습니다. 기대가 깨져서 믿음이 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그걸 알면 신뢰와 불신 문제에서 굳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찾지 않게 됩니다.
· 이 글은 상담이 필요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선뜻 상담실에 방문하지 못하시는 분, 고민거리는 있는데 그걸 상담실까지 가져가도 되는지 의문하시는 분,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문득문득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이것도 괜찮은 삶이라 할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 외부의 압박 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싶으신 분, 어떤 문제를 가진 누군가의 마음을 가까이서 헤아려 보고 싶으신 분을 위한 책 '어떤 상담소(가제)'의 초고 일부분입니다.
· 어떤 마음 상담소에서 현재 비대면 심리 상담, 비대면 미술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보다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는 분은 어떤 마음 출판사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https://smartstore.naver.com/cacucomagazine)에 방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