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 상담소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어요."
A.
연우 씨 고민이 쓸데없는 고민은 절대 아니고요. 그런 생각 당연히 들 수 있죠. 어떤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
대다수의 사람들이 20대 초반에 평생 할 일을 정하고 또 그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때 정한 일을 은퇴할 때까지 버리지 않아요. 세태가 그렇다 보니 사회는 30대나 40대 나아가 50대에 새 출발 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존재, 철 들지 않은 인간으로 여기는데요. 사람들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나이에 새로운 도전 해서 성공한 사람들 많아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KFC 창업주는 68세에 KFC 1호점을 냈어요. 월마트 창업주는 44세에 유통업에 뛰어들었고요. 그분들 모두 새 출발 해서 엄청난 성과 거둬 들이셨어요.
제가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하죠.
나이 좀 든 다음에 뭘 새로 하는 게 마냥 쉽지는 않을 거예요.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을 거고 집중력도 예전 같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모든 사람이 어떤 시절에서든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고 전 믿거든요. 그 믿음을 입증해 주는 사례들이 세계에 넘치게 존재하고요.
10대, 20대에 타투 시작한 사람하고 연우 씨를 비교하면 연우 씨가 그 일을 좀 늦게 시작하는 것 같다고 저도 느낄 거예요. 이르고 늦는 건 상대적으로만 측정할 수 있는 거라 비교 대상을 다 제외하고 보면 연우 씨는 그냥 제때 그 일을 시작하는 사람처럼 보이고요.
Q.
그러네요. 상대적….
A.
다행스러운 점은 타투이스트한테 은퇴를 해야만 하는 시점이랄 게 없다는 거예요. 손 근육을 잘 통제할 수 있는 한은 내가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운동 선수는 본인이 아무리 건강하고 젊어도 어떤 기록을 낼 수 없는 시점이 오면 그 일을 그만둬야 해요. 타투이스트한테는 그런 순간이 아주 늦게 오는 거죠. 너무 노쇠해서 내가 내 손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나는 그 일을 계속할 수 있어요.
평생 직업 삼을 수 있는 거라 전 이 직업에서 이르고 늦은 건 딱히 없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이 직업에 대한 연우 씨의 마음이죠. 아직은 신경 쓰이는 게 너무 많죠.
Q.
네.
A.
이 삶은 내 삶이니까 내 삶의 진로를 선택할 때 내 의견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 맞아요. 그렇다고 내 선택으로 인한 파장을 무시할 수는 없겠죠. 무시해서도 안 되겠고요. 그런데 그 파장을 너무 신경 쓰느라 내가 내 줏대를 잡지 못하면 결국 나만 불행해져요. 아무도 불편하지 않게 만들려다가 나만 불행해지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죠.
인간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 낯선 것을 위협으로 감지해요. 그런 한편으로 인간은 모든 것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요. 연우 씨가 내릴 낯선 선택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예요. 다들 그 새로운 것에 조금씩 적응해 갈 뿐이죠. 불편해하면서요.
불편한 거랑 싫은 건 다른 거거든요. 그 구분을 잘해야 내가 상처받지 않아도 될 곳에서 상처를 안 받을 수 있어요.
누가 내 선택을 당장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됐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내 선택이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내 선택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내 삶은 충분히 괜찮은 거고요. 내가 나쁜 게 아니고요.
누가 나를 불편해한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한테 잘못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 주지 않는 사람을 불편해하는 건 사실 내 문제거든요. 내 선입견, 내 상식의 범위가 너무 확고하게 존재해서 그 밖에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제풀에 불편해지는 거예요. 그 사람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 이 글은 상담이 필요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선뜻 상담실에 방문하지 못하시는 분, 고민거리는 있는데 그걸 상담실까지 가져가도 되는지 의문하시는 분,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문득문득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이것도 괜찮은 삶이라 할 수 있는지 궁금하신 분, 외부의 압박 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싶으신 분, 어떤 문제를 가진 누군가의 마음을 가까이서 헤아려 보고 싶으신 분을 위한 책 '어떤 상담소(가제)'의 초고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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