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 상담소
A.
사람이 꼭 악해져야 타인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건 아니에요. 약해져도 그럴 수 있거든요. 한 번 확 지쳐 버리면 내가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는 게 아닌데도 그 사람들을 공격하게 돼요. 사람들한테 말을 곱게 할 수도 없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지도 못해요. 친절해질 여력이 없어서.
친절함이 인품에서 나오는 건 맞는데 인품의 대부분을 체력이 정신력이 지탱하고 있거든요. 내 몸하고 마음 상태가 나빠지면 내 성품이 나빠진 게 아니어도 나는 고약한 사람처럼 굴게 돼요. 그 역학을 알지 못하면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내가 망가졌구나.’ 생각하고 나를 놔 버려요. 해결 방법이 있는데도.
소진돼 있을 때 나는 내가 하고 있는 게 공격이라는 걸 똑바로 인식할 에너지도 갖고 있지 못해요. 그래서 사람들 괴롭히면서도 그게 잘못됐다는 걸 깨닫지 못해요. 내가 계속 그러고 있으면 내가 만나는 사람들하고 나 사이가 이상해지고요. 나한테 악의는 없다는 사실을 누가 믿게 하기도 어려워요. 누가 그걸 믿겠어요.
그러다가 나는 고립되기 시작하죠. 배제되기 시작하거나.
입장 바꿔 생각해 볼까요. 낮이고 밤이고 툭하면 나한테 화부터 내는 사람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해요. “나 당신 싫어하는 거 아니야.”, “너한테 무슨 악감정 품고 있어서 내가 이러는 건 아니야.”
내 입장에서는 그 말을 믿기가 굉장히 어렵죠. ‘나를 미워하지 않는데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한다고?’ 싶으니까. 솔직히 거짓말 같죠, 그 사람 말. 이미지 더럽히기 싫어서 그 사람이 나 속이는 거 같고요. 결국 서로 억울해져요. 그 억울함이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낼 수 있고요.
Q.
제가 망가진 게 아니라 그냥 소진돼서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희망을 갖게 되네요.
A.
정말 인격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내 성격에 문제가 생겼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은 본인이 지극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버젓이 생각하거나.
재근님은 본인의 변화에서 어떤 문제 의식을 느끼셨어요. 그 안에는 타인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다는 선량한 의지도 있고요.
Q.
네.
A.
재근님. 몸이나 마음의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면 모든 사람이 민감해져요. 민감해지면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게 돼요. 재근 씨 예전에는 사람들이 우려할 정도로 담담한 사람이었다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갑작스럽게 그 상태가 변했고요.
Q.
네.
A.
그게 재근님 품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단정할 수 없게 만드는 포인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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