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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Jun 13. 2016

실리콘밸리 정착기

since May 2016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뉴욕에서 캘리포니아(CA)로 5월 말에 넘어왔다.  재작년인 2014년 8월에 뉴욕으로 건너가서 새롭게 정착하기 위해 준비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또 해야 한다니... 익숙해서 수월하다기보다는 '그걸 또 해야 하나...'라는 한숨이 앞섰다.


미국 내에서의 국내 이동이라고는 하지만 동부의 끝에서 서부의 끝으로 넘어오는- 비행시간만 해도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해외이주'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사 준비하는데 힘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들었다. 처음에 한국에서 뉴욕으로 갔을 때 이민가방 하나와 큰 트렁크 하나로 시작했던 살림들이 짐을 정리하고 보니, 택배박스로 7개 정도 나왔다 (가구는 다 버리고 감에도 불구하고).  UPS Ground Service로 짐을 보냈었는데 대략 6일 정도 배송시간에 비용은 총 $530 정도가 나온 듯.


짐을 그렇게 먼저 CA에 살고 있는 친구네 집으로 보내 놓고는, 뒤늦게 CA에 도착해서 약 열흘간 정도는 Mountain View에 에어비엔비(Airbnb, 거창해 보이지만 한국의 민박 같은 서비스)에 머물면서 다음과 같이 기초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열흘간 내가 머물던 동네 풍경과 발이 되어준 렌트카



1. 집

먼저 집을 구해야 했는데, 주로 apartments.com과 Zillow라는 모바일 앱을 사용해서 리스트를 몇 개 검색해두었다.  특히 적당한 아파트를 검색할 때 유용했던 '필터'기능은 통근거리, 에어컨 유무, 세탁기/건조기 유무 등으로 원하는 셋팅을 함으로써 원하는 아파트 후보지를 정하는데 시간을 많이 절약해주었다.


오른쪽에 보면 통근시간 최대 30분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검색하면, 왼쪽에 가능한 영역이 표시된다


회사가 있는 팔로알토(Palo Alto) 지역은 한 달에 $2600 정도의 렌트비로는 검색도 안될 만큼, 뉴욕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집값이 비싼 동네다.  그래서 조금 떨어진 동네인 Sunnyvale, Cupertino, Mountain View 쪽으로 알아봤었다.  금액이 가장 중요하긴 했지만, 집안 구조 및 인테리어, 집 상태, 회사로 갈 수 있는 고속도로와 가까운지, 집 주변 환경들(마트, 쇼핑센터)도 잘 갖추어져 있는지도 주요 고려 대상이었다.


렌트를 계약했으면 본인이 직접 전기, 수도세 등을 납부할 수 있도록 계정을 등록해야 하고, 인터넷도 설치하기 위해서 Service Provider와 연락해야 한다.  집을 구하면 웬만한 건 자동으로 셋팅되고 요금만 납부했던 한국의 생활과는 달라서 이것저것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특히 렌트한 집에 대한 보험(Rental Insurance)을 드는 것이 있는데, 집안에 도둑이 들거나, 화재, 지진, 폭우 등으로 입은 재산의 피해에 대해서 보상받을 수 있도록 모든 아파트 입주민들이 렌탈 보험에 드는 것이 의무적이다.



2. 차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저렴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서울, 뉴욕의 도시와는 다르게 이곳은 워낙 넓은 땅에 건물들이 드문드문 위치하고 있어서 물 한 통을 사러 가더라도 차를 몰고 나가야 할 만큼 본인 소유의 자동차는 거의 필수적이다.  그래서 에어비엔비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차를 렌트해서 집도 알아보러 다니고, 동시에 차량도 알아볼 수 있었다.


한국이랑은 좀 다른 것이- 차량을 구입할 때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내 경우에는 3년간 리스로 새 차량을 구매하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할부든 리스든 구매자의 신용도 체크가 필수적이다.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첫째는 신용점수(Credit Score)가 높은가, 둘째는 신용도 기간(Credit History)의 기간이 믿을만한가(Reliability)이다.  아무리 높은 신용점수였어도 나처럼 미국에서 신용을 쌓은 기간이 짧으면, monthly payment 의 이자율이 높아지고, 어떤 브랜드들은 심지어 구매할 수도 없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3사(BMW, Benz, Audi)는 신용 기간으로 최소 3년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처럼 신용도를 쌓은 기간이 짧으면 구매하지 못한다.  그래서 정작 사고 싶었던 차는 물 건너갔다...  그래도 다행히 나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실리콘밸리로 넘어오는 유학생이 많기 때문에, 욕심만 조금 버리면 생각보다 의외로 차량을 구입하는 옵션은 넓다. 게다가 이따금씩 sales promotion을 실시해서 꽤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내가 구입하려는 시점에는 다행히 Memorial Day Promotion이 있어서 보통의 할인폭보다는 좀 더 혜택을 받았었다.  


차량 금액을 알아보는 사이트는 truecar.com 이 가장 유명한데, 이곳에 본인이 있는 주소지, 원하는 차량을 입력하면 '소비자 가격', '평균 구입 가격'등이 표기되며, 본인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딜러샵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적당한 샵을 찾게 되면 한국처럼 매장에 가서 딜러를 만나서 상담하고 원하는 옵션을 이야기하는 것 까지는 비슷한 과정인데, 한국은 주문 후에 며칠 기다려야 차량을 집 앞으로 가져다주고 서명하고 인도받는 반면에- 이곳에서는 다양한 옵션의 차량들이 이미 딜러 오피스 뒤편 주차장에 어마어마하게 주차되어 있어서 당일 출고도 바로 가능하다.  청바지를 입어보고 그날 집에 들고 오듯이, 시운전해본 차량을 그 즉시 내가 몰고 집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구매한 차량의 경우에는 약간의 뒷손질 (내외부 청소 및 광택 작업)으로 하루 뒤에 차량 픽업이 가능했다.


차량을 알아보러 들렀던 한 브랜드의 매장.  한국의 중고차 매장을 연상케하지만 저게 다 새차들.


원하는 집과 차량을 구하는 것이 CA에서의 삶의 가장 큰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내게도 낯선 땅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마냥 신나는 일만은 아니었던 것이, 언어도 다른 데다가 시스템도 다르니 '돌다리도 두들겨'보듯이 계약 문서 하나라도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꼼꼼히 읽어보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물어보게 된다.  슥슥 대충 이야기만 듣고 서명했던 한국에서의 삶과 다르게 뭐랄까- 삶이 좀 더 (귀찮지만) 주도적이 되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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