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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Feb 28. 2017

내 것인가, 네 것인가

UX 디자인시에 염두해야 할 기본적인 관점

내가 처음 컴퓨터다운 컴퓨터를 사용했던 기억은 1995년도였던 것 같다.  그때 당시 한창 '윈도우 95'로 떠들썩했었는데, 실제로 컴퓨터를 만져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땠으면 좋겠다'라는 기대조차 없었고 '윈도우 95'라는 건 그냥 내게는 철학적인 사념과 다를 바 없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 집에서 처음 만져본 윈도우 95라는 OS. 컴퓨터가 뭔지 OS가 뭔지 개념조차 없던 내게는 '윈도우 95'는 그냥 그대로 새로운 컴퓨터 자체였다. 근데 가만 보자... 처음 보는 컴퓨터가 '내 컴퓨터'라고?


윈도우 95에서 선보인 '내 컴퓨터' 아이콘


그렇게 내 것이 된 컴퓨터는 시대가 변하면서 이름도 바뀌어 갔다. '내 컴퓨터', '컴퓨터', '이 컴퓨터'... 단순히 이름을 짓는 말장난 같지만, 네이밍(naming) 작업은 사용자 경험 디자인(UXD: User Experience Design)에 중요한 요소이고,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철학과도 같은 중심 축이다.  



윈도우 95에서는 '내 컴퓨터' 라더니, Window 7에서는 그냥 '컴퓨터', Window 10에서는 '이 컴퓨터' 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엇이 옳은 방향이고 틀린 방향이다- 라는 소모적인 논쟁이 아니라, '내 컴퓨터'라고 할 때와 '네 컴퓨터'라고 할 때 그 뒤에 숨겨진 생각의 중심축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우리가 상황(context)에 맞게 좀 더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방향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해보자는 차원으로 생각을 적어내려가 본다.



It's all mine

내 컴퓨터, My Computer, My Account, My Profile... 모바일 앱을 사용하다 보면 수 없이 마주치는 단어들이다.  디자이너가 인터페이스에 'my'를 사용하는 것은, 이 제품이 사용자의 소유물의 연장선이라는 개념이다.  즉, 사용자가 이 제품을 갖는 것뿐 아니라, 그 안의 컨텐츠와 정보들을 쉽게 만들고, 변경하고, 삭제하고, 옮길 수 있도록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my' 언어는 좀 더 개인적이고, 사용자화(customazation) 가능한 것들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방향이다. 

My account, My drive, My setting... All is mine.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my'언어는 요즘 같이 클라우드 서버(cloud server)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유하는 개념에서 보면 좀 어울리지 않는 맥락이 있다.  '내 컴퓨터'는 나에게만 허락된- 마치 일기장처럼 비밀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클라우드에 '내 컴퓨터'를 통째로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가 고급이던 아니던, 보안의 필요성이 높던 낮든 간에 사용자의 멘탈모델에서는 내 컴퓨터를 통째로 드러내 놓는 것은 왠지 모르게 정서적으로 허락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기장을 도서관에 비치해두지 않는 것처럼?



It's all yours

반면에 'you' 언어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있으며, '당신'(사용자)을 위해서 일한다는 개념이 깔려있다. 'my'언어는 제품이 사용자의 일부라고 알려주지만, 'you'언어를 사용하는 제품은 사용자를 돕는 비서 같은 느낌이 강하다.

Your order, Your list, Your profile, Your mind... All is yours.



특히나 인공지능(AI)을 탑재하여 사용자와 직간접적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사용자들의 일을 돕는 제품들이 시장에 점점 나오면서 'you'언어가 예전보다 많이 사용되고 있다.  머신 러닝 등을 이용한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과거 사용자의 행동 패턴이나 성향을 분석한 후에 제공되는 'Your Selection', 'Recommend for you'와 같은 '예측 서비스'가 예전보다 점점 정교해지고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you'언어가 앞으로도 더욱 많은 분야에 사용될 것을 말해준다.



Anyhow, we use all

'my'언어와 'you'언어 자체에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이 존재하지 않으며, 결국 UX 디자인이 늘 그렇듯, 철저하게 사용자 입장에서 고려한 언어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가 생각해내는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확장해주는 '내 것'을 강조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철저하기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사용자의 다양한 activity를 도와주는 비서의 관점에서 '네 것'을 강조해야 하는 것인지, 반복해서 검증하고 테스트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 이것 가지고 오늘 반나절동안 논쟁을 했더니 피곤하다..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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