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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Jan 13. 2017

약간의 허영심을 위한 기다림

간결해진 UX 디자인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일까?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아내와 1박 2일로 샌프란시스코에 놀러 가는 계획을 세웠다. 평화로운(?) 집 주변 환경 덕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으니, 오랜만에 도시 한복판에 가서 화려한 장식들, 흘러나오는 음악 등을 즐기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관광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Union Square 부근에 있는 힐튼호텔(Hilton San Francisco Union Square)을 예약하고 결재까지 완료하니, 모든 예약이 완료되었다는 흔한 이메일을 받고 지우려고 했다가... 이메일 가장 아랫부분에 처음 보는 안내문구가 눈에 띄었다.



디지털 체크인?



2014년인가 2015년부터 힐튼 호텔 및 메리어트, 스타우드 호텔 계열 등에서 도입이 시작되었던 디지털 체크인 기능은 몇 번인가 들어보았으나 아직 접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한번 호기심에 사용해보기로 했다.  위에 있던 배너 이미지를 클릭했더니 힐튼 호텔 모바일 앱 다운로드 페이지 (링크 연결하기)로 연결되고, 손쉽게 설치를 완료했다.


앱을 실행했더니 첫 화면에 'Check-in Available'이라는 버튼이 눈에 보인다.




클릭하면 다음 화면에서는 디지털 체크인에 대한 간단한 개념을 설명해주고, 혹시나 디지털 체크인이 영 못 미더운 사람들을 위해서 '여전히 프런트 데스크에서 카드를 수령할 수도 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체크인'버튼을 누르니, 내가 대강 도착할 시간대를 설정하는 화면이 나온다. 아마도 도착 시간에 맞추어 방을 준비시켜놓기 위한 사전 준비단계인 듯싶다.




다음으로는 방을 고르라는 건데... 이 호텔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으므로 그냥 호텔에서 골라주는 방에서 묵기로 한다.  나처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을 위해서 방을 고르는 가이드라던가, 몇 개의 필터를 거쳐서 원하는 방을 골라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예. 10층 이상, 금연, 킹사이즈 배드)




이렇게 호텔에서 방을 정해주고.. (금연, 킹사이즈, 10층 등 상세 정보도 함께 보여준다)




체크인을 마무리할 것인지 확인하는 단계. 룸서비스 내지는 룸 어메너티(Amenity)를 사용하게 되면 지불할 신용카드 정보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아이폰으로 방문을 여는데 사용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쯤 되니, 슬슬 성가시기 시작한다)




사용하기로 맘을 먹었으니, 클릭. 선택 후에는 이런 확인 화면을 한번 더 보여준다.




모든 과정이 지나고 나니 첫 화면에 'Digital Key' 버튼이 눈에 띄는 색으로 바뀌어져 있다. 그 아래 '현재 준비 중'이라는 메세지도 뜬다.




예정된 도착시간이 되었을 무렵, 디지털 키가 준비되었다는 문자 메세지를 받고 힐튼호텔 앱을 켜고 확인해보니 'Your key is ready to use'라고 안내문이 변경되어있고 버튼 색깔도 바뀌어 있다. (이제 드디어 사용할 수 있는 건가!!)




호텔 1층에서 키를 받아서 올라올 필요 없이 주차하고 바로 방으로 직행. 문 앞에 서서 앱을 켜니 아래와 같은 화면이 보인다. 그리고 열쇠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니 방문이 덜컥 열린다. (길고 길었던 프로세스에 비해서 얻은 결과는 뭔가 허무하다. 고작 문 열라고 내가 몇분동안 이걸 했나 싶기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무려 문을 열수 있단 말이다 하하하...






일련의 과정들이 앉은자리에서 몇 번의 손가락 터치로 가능해지고, 호텔 1층에서 룸키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효율적인 면에서는 분명 괜찮은 발전이다. (하지만 앱을 조작하는 시간이 룸키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시간보다 짧지 않았다는 것 또한 유의할 점). 그러나 뭔가 모르게 조금 허전한(허접한) 느낌을 받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호텔에 묵는 것은 집과는 또 다른 경험.



호텔에 묵는다는 것은 단순히 집 밖에서 하루 자는 것이 아니라, 호텔이라는 특별하게 준비된 장소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경험하는 시도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살고 있는 집 문 앞에 가서 문 열고 들어가는 것과, 호텔 방 앞에 가서 손쉽게 문 열고 들어가는 경험의 차이가 크지 않고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아쉬웠다는 기분이 든다.


내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호텔 로비에서 어딘가로부터 흘러나오는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조금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얻을 수 있는 감성적인 만족감, Front Desk에서 Key를 받고 컨시어지에서 여러 가지 호텔 관련한 정보를 얻은 후에 호텔 벨보이에게 나의 커다란 가방 두 개를 건네주고는 엘리베이터에서 방까지 친절하게 안내받는 경험- 그런 것이 비록 시간이 조금 더 들고, Tip 비용이 조금 더 들지는 모르지만 그 편이 훨씬 기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이란 원래 약간의 허영심이 허용되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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