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디자인 방향에 대한 고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쉽게 접하지 못하는 '메타 디자인'의 개념과 미래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서 번역해서 올립니다. 저의 학창 시절의 교수님이기도 한 원작자에게 비상업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사전에 허락을 받았으며, 이하 글의 내용의 모든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있음을 미리 공지합니다. (원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의역은 최대한 자제했으나 필요에 따라 의미를 맞추기 위해 의역을 한 부분도 있습니다)
원제: On Meta-Design & Algorithmic Design Systems (by Rune Madsen)
메타 디자인(Meta-Design)과 알고리즘(algorithm) 디자인 시스템에 관련한 이 글은, 내가 지속적으로 디자인 트렌드를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메타 디자인이란, 일반적인 디자인보다 어려운 행위다.
왜냐면 그냥 그리는 것 보다 어떻게 그리는지 설명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 The Metafont Book by Donald Knuth
최근까지도,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용어는 순수예술을 기반으로 해서 묘사되어 왔다. MFA(Master in Fine Art: 예술학 석사)를 받은 열정적인 학생들과 그들이 거쳐온 커리큘럼들은 거의 대부분 모두 전통적인 페인팅, 조소, 건축학을 기반으로 가르쳐져 왔다. 폴 랜드(Paul Rand)는 “디자이너로써 당신의 손을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은 당신을 동물이나 컴퓨터와는 다른 존재로 만들어주는 행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디자이너가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로부터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디자이너들은 그들 스스로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사람'이라는- '기술자'와는 정반대의 영역에 갇히도록 만들었다.
사실 이는 컴퓨터의 발전으로 많은 부분 변화되어 왔다 (특히 웹 디자인 분야). 하지만 요즘처럼 많은 디자인 분야들이 디지털화되는 시기에도(예를 들면, Google의 Material Design), 프린터로 출력해야 하는 전통적인 디자인 포맷들 역시 여전히 별개로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들이 컴퓨터로 첨단화 되어있는 큰 규모의 회사라고 하더라도 디자인 부서와 개발 부서는 별개로 존재한다.
그렇지만 제품(Product)은 예전에는 어느 장소에 놓아두는 정적인 개념이었다면, 요즘에는 모바일 앱(app)과 같이 손 안에서 기능들이 변할 수 있는 동적인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손으로 그리던 것이 컴퓨터로 그리게 된 것일 뿐, 과거의 사용되었던 수작업 방식을 현재에도 고수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이전의 전통적인 디자인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컴퓨터를 사용한 문자 환경에서 디자인하는 것이 앞으로의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것을 ‘디자인(Design)에서 메타 디자인(Meta-Design)으로의 전환’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메타 디자인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전통적인 디자인 관점에서는 디자이너는 제품을 곧바로 디자인한다. 로고, 웹사이트, 포스터 등을 디자인할 때 디자이너는 스스로가 '디자인하는 사람'이자 동시에 ‘디자인하는 도구’이다. 반면에 메타 디자이너(Meta-Designer)는 ‘디자인하는 도구를 정교하게 다듬어내는 사람’이다. 최종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인 시스템을 소프트웨어로 제작한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손으로 그림을 그렸다면, 메타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는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여러 가지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해 낸다. 아래의 MIT Media Lab의 새로운 로고는 메타 디자인의 좋은 예이다. 보통의 로고는 한번 디자인하면 계속 같은 것을 사용하는 정적인 개념이었다면, MIT Media Lab의 로고는 개인 혹은 단체마다 새로운 로고를 만들어주지만 큰 틀에서의 Design Identity는 흔들림 없이 구현된다.
메타 디자인은 내가 만들어낸 새로운 정의(definition)가 아니다. 예전부터 언급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졌다.
1.
제품은 점점 동적(Dynamic)인 요소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정적인(static) 제품을 디자인할 때 적용하던 프로세스를 계속 고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디자인하는 것- 즉 코드로 스케치하여 다양한 시스템을 제작하고 검증하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Python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아주 간단한 정보를 시각화하는 데에 있어서도 몇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가 다양한 데이터를 디자인에서 다루어야 한다면 포토샵에서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상황의 맥락(Context)을 벗어나서 오로지 예쁘게 꾸미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디자인의 본질을 잃게 되는 것이다. 최근의 모던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임시 구조(temporal logic)에 대한 필요가 높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선형구조(linear narrative, 시나리오가 기-승-전-결 처럼 하나의 정해진 길로 연결됨)로 디자인 논리가 이루어져 있었다면, 현재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좀 더 복잡한 상황에 맞는 복잡한 논리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많은 앱(app)과 게임들은 수백 가지의 전환 가능한 논리구조로 연결되어 있는데, 기존의 디자인 프로세스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 모든 경우를 완벽하게 디자인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도 코드가 점점 많이 사용될 것이며, 더 나아가 앞으로는 프로그래밍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2.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이러한 새로운 영역을 차지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코드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이들의 창의적인 프로세스는 논리적인 시스템에 기반한다. 높은 심미안을 가지고 동시에 일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적인 능력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시의 이들의 창의성에도 날개가 달린다. 이들이 업계의 주역이 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
3.
디자이너들이 사용할 수 있게끔, 보다 나은 수준의 알고리즘화 된 디자인 도구들이 점점 더 많이 제품화되고 있다. 아주 적은 수준의 인터페이스를 갖춘 알고리즘 디자인 도구라 하더라도, 이미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는 코드들이 수백 가지의 관련 라이브러리(Library: 많은 예제들을 갖춘 온라인 체계)에 이미 제공되고 있으며 수많은 교육기관들이 이를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무료로)
4.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은 디자인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컴퓨터가 집집마다 보급되기 이전에 Karl Gerstner는 그의 저서 ‘Designing Programmes’에서 아이디어의 정확한 표현을 위해서 시스템화 시킨 것을 볼 수 있다. 알고리즘 학자인 Sol Lewitt 역시 예술품을 제작하기 위한 알고리즘의 중요성을 주장했듯이 디자이너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고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학습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게다가 디자인 시스템의 중요성은 이전의 디자인하던 방식보다 점점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디자이너들이 제품을 디자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해서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것이 기존의 것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메타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예술 및 디자인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Translated by seh
Original article by Rune Mad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