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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Mar 18. 2017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 (2)

한국에서 그리고 실리콘 밸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겪은 차이점

지난 번에 이어서 아직 담지 못했던 내용들을 정리해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내용이 도움 되었다고 하셔서 조금의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부족한 내용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Project Assigned  vs  Project Proposal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한국에서 회사다닐 때에는 매년 초에 임원들, 그룹장, 파트장들이 함께 모여서 년초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각각의 프로젝트에 팀원들을 알맞게 배정하는 시기가 있다. 기본적으로 큰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게 될 팀원들은 이 시기에 일정과 역할을 배정받게 된다.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중에도 순간순간 소소한 과제들이 치고들어 오게 되는데, 팀의 매니져가 일을 적당하게 분배함으로써 팀 전체적으로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년초에 굵직한 프로젝트에 대해 팀매니져가 소개를 하고, 몇몇의 중요한 프로젝트들은 매니져가 팀원들을 배정한다. 다만 조금 다른 부분은, A라는 프로젝트가 B라는 프로젝트와 연계성이 보이면 하나의 큰 프로젝트로 묶게 되고 함께 진행하게 된다.  이것이 굉장이 중요한 부분인데- 본인이 어떤 프로젝트를 너무 하고싶은데 정작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프로젝트와 연관된 무언가를 '잘' 만들어서 해내면 기회가 온다.  앞서 말했듯이 이곳은 개인 성과 위주의 업무 문화이기 때문에 본인이 잘 하는 부분을 어필하고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원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중에 기여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매니져에 의해서 가차없이 다른 멤버로 교체되기도 한다.  물론 정해진 멤버만이 끌고 나가는 프로젝트도 있긴 하지만, 꽤 많은 경우가 이처럼 멤버들의 합류 또는 이탈이 유연하게 진행된다.  그리고 본인이 '이거 꼭 필요한 디자인 프로젝트일 것 같다.' 라고 스스로 프로젝트 컨셉을 잡고 디자인을 어느정도 진행하여 주변 팀원들에게 공유해서 인정을 받으면 '개인 과제'가 '팀 과제'로 바뀌게 되고, 본인이 Project Lead를 하게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회의 문화


한국에서 일했을때는 일단 회의가 기본적으로 길었다.  회의 시간이 길었던 이유는 안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수원, 광주에 흩어져서 일하는 사람들이이 자주 모일 수는 없으니 주로 전화나 이메일로 소통하다가 긴급하게 결정내려야할 안건들을 몇가지 모아두었다가 회의시간에 몰아서 결정하는 때가 많았다. (다들 멀리서 오기 때문에 회의시간에 조금씩 늦는 일은 종종 있었다) 회의가 시작하면 안건을 공유하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나누고 논쟁하다보면 짧게는 1시간, 길게는 하루종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의는 보통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때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어떤 회의가 있게되면 회의록을 작성하곤 하는데, 회의에 나왔던 내용을 단순히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책임소재를 묻기위한 자료로도 쓰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했다.


이곳에서는 회의가 짧다.  기본적으로 회의가 많지 않을뿐더러, 회의를 하더라도 안건의 갯수가 적다.  그야말로 결정할 것만 빨리 결정하고 흩어지는 방식.  회의 전에 안건도 미리 이메일로 공유하고 진행되기 때문에 회의시에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평상시에도 전화보다는 이메일로 소통한다).  다른 지역에 있거나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는 컨퍼런스 콜로 온라인 회의를 진행한다. (덕분에 아무래도 잘 안들리는 영어가 더 안들린다) 보통은 30분 내외로, 길면 1시간정도 진행되는 회의는 꼭 참석해야 하는(Required) 사람과 참석하면 좋을(Optional) 사람으로 나누어져서 통보된다.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던 사람이 늦게 참석하거나 불참하는 것은 프로답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의는 난감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려고 모이기 보다는, 각자가 난감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미리 생각해와서 어느 것이 더 좋은 방안인지 논쟁하는 시간이다.  모여서 함께 생각하기 시작하는 회의는 여지껏 본 적이 없다.  이곳에서는 회의록이라는 문화가 따로 없다. 각자가 회의 후 결정된 내용중 필요한 부분을 필요에 따라 기록해둔다.  




이직 문화


한국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겼던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회사 동료들 몰래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나중에 회사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라도 하면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평생 직장의 개념이 없어진지 오래지만, 회사의 윗 사람들은 아래 직원중에 누군가 이직이라도 하려하면 마치 '평생 있어야 할 사람이 배반(?)하고 다른 곳에 간다'라는 식의 시선을 주기도 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는 축하받으면서 이직을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만큼은 007을 방불케하는 비밀작전이다.


이곳에서는 회사 옮기는 일이 흔하다 보니 한국에서처럼 마지막까지 비밀스럽게 진행하거나 하진 않는듯 하다.  심지어 회사내에서 팀을 옮기는 것보다 이직하는 편이 더 쉬운것 처럼 보인다.  물론 이직 준비를 하면서 처음부터 여기저기 떠벌리는 사람은 없지만,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Linkedin을 통해서 가고싶은 회사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채팅이나 전화하는 모습을 이따금씩 볼 수 있고, 프린터가 있는 곳에 가보면 출력해놓고도 찾아가지 않은 이력서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도 자주 본다.


이직할 때 흔한 프로세스중에 하나가 '현 직장 상사로부터의 추천서'를 내야하거나, 지원자의 신분과 평판(Reference)을 확인하기 위해서 '현 직장 상사의 연락처'를 적어 내라고 요구받기도 하는데, 나처럼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굉장히 난감한 일이다.  이직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몰래 진행하는 것인데, 현 직장 상사에게서 추천서를 받으라니... 그런데 이런일이 가끔 일어나다 보니까 매니져들에게 부탁하면 거의 흔쾌히 작성해주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니져가 아끼는 팀원의 추천서는 굉장히 정성스럽고 좋은 내용의 것으로 채워주기 때문에 매니져와의 관계가 평소에 중요하다.  (아끼는 팀원이라서 보내주지 않으려고 추천서를 안써주거나 하는 일은 없다)





연봉


한국에서는 '신입사원 공채'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이미 내가 받아야 할 연봉이 정해져 있다.  매년의 성과와 쌓이는 년차에 따라 회사에서 정해놓은 연봉 테이블이 바뀌지만, 실제로 직원이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매해 초반 변경된 연봉 액수가 적힌 계약서에 서명하게되면 그 액수만큼 1년간 월급 및 보너스를 받게된다.  경력으로 입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입사 전에 연봉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입사 후에는 역시 회사측의 연봉 테이블을 따라가게 된다.

 

이곳에서는 일단 일괄적인 '신입사원 공채'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연봉도 제각각이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HR과 연봉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연봉은 입사할때 HR과 협상한 금액이 Offer Letter에 적혀있는데 보통은 Base Salary(기본급)과 Bonus(보너스)로 이루어 진다.  회사에 따라 주식을 주기도 하고, 입사할때만 주는 보너스(Signing Bonus), 그리고 나라가 넓다보니까 이직을 위해서 다른 주(State)에서 이사를 하게 될 경우에는 초기 정착비용(Relocation Fee)도 챙겨준다.  연봉 상승비율도 HR과 협상하기 나름인데, 보통 입사 후에는 기본급이 오르기보다는 보너스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급이 오를수록 연봉이 오르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같은 직급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 하는 편이 연봉이 훨씬 더 많이 오른다.  그 때문에 실리콘 밸리에서는 몇년 근무하다가 이직하는 것이 흔한 일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연봉 1~2억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액수는 한국에서의 1~2억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계산하기 편하도록- 가령 연봉 1억 2천만원으로 계산해보자(약 $100,000).  연방(Federal)세금, 주(State)세금, Social Tax 등을 납부하면 거의 35~40%가 세금으로 나가게 된다(CA 기준).  그리고 2~3인 기준으로 1bed/1bath 의 보통 수준의 집을 구하려면 월세가 $2,300~$2,700 정도가 되고, 매년 7~12%씩 상승하게 된다.  단순히 세금과 월세만 제외하더라도 연봉 $100,000 - (세금 $40,000) - (월세 $30,000) = $30,000 가 손에 쥐게되는 연봉이며,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2,500 정도(한화 약 400만원)가 된다. 기본적으로 이 동네는 차량이 없으면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차 할부금액(혹은 리스금액)과 각종 보험비용을 제외하면 한달에 $2000도 안되는 월급을 집에 가져오게 된다.  연봉 10만불을 받게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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