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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hwan Oct 29. 2017

미국 생활에 대해서 미리 알려주지 않는 것들 (2)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었더라면...

이번 글에서는 관공서, 특히 은행의 시스템과 서비스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금융 관련 서비스는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고 복잡한 부분이기도 한데- 게다가 문화, 시스템 그리고 언어가 다르니 초반에 적응하는데 스트레스가 꽤 크다.




당신은 신뢰할만한 사람입니까?


수년 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에 했던 일이 은행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일이었다.  당시에 내가 묵고 있던 호텔 근처의 Chase 은행에 가서 친절한 직원 덕분에 계좌를 쉽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미국에서 사용할 신용카드도 더불어 하나 만들려고 했는데, 대뜸 그 직원이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신용점수에 대해서 혹시 알고 있습니까?



'신용점수'(credit score)라는 단어도 굉장히 위압적으로 느껴지고, 내가 자세히 알리가 없으니 당연히 '모른다'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계좌를 열어준 그 직원은 내가 미국에 처음 도착한 것을 알고 물어본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처음 미국에 온 사람은 이전에 다른 나라에서 어떤 신용 기록을 갖고있던 것과는 무관하게 신용점수가 말 그대로 Zero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신청해봐야 거절만 당하고, 거절당하면 신용점수는 더 떨어질 것도 없겠지만 떨어진다고 한다.  Debit 카드(직불카드)를 만드는 것은 신용도와 상관없으니 그걸 만들기로 했었다.



보통의 경우 신용점수가 700~750이면 Good, 750이상이면 Excellent로 인정된다.



신용점수에 대해서 잠깐 언급하고 가자.  간단히 말하면 금융기관이 개인을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자료인데, 당연히 점수가 높을수록 '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증명이 되는 것이다.  기관이 개인의 신용점수를 조회하는 것에는 소프트 인쿼리(Soft Inquiry)와 하드 인쿼리(Hard Inquiry)가 있는데, 소프트 인쿼리는 정보 조회가 목적으로 크레딧 리포트에 나타나지 않으며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드 인쿼리는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주택 모기지(Mortgage) 등을 신청한 경우 금융기관이 소비자의 신용 상태를 체크할 때 이뤄진다.  소프트 인쿼리와 달리 신용점수에 약간의 영향을 미치는 데 예를 들면 신용 상한선을 넘어 신청할 때 그렇다.  이때 일부 신용기관은 신용점수를 1~10점 정도(혹은 그 이상) 낮출 수도 있다. 또 하드 인쿼리 기록은 크레딧 리포트 상에 최장 2년 정도 나타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하드 인쿼리가 크레딧 리포트에 많아질수록 신용점수에는 부정적이다.  특히 단기간에 많은 하드 인쿼리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신용점수가 실생활에 크게 와 닿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종종 사용된다.  예를 들면 대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 충분한 자금력으로 차량을 구입하고 싶어도, 신용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지 않고 일정기간 이상 높은 신용점수가 유지된 기록이 없다면 특정 브랜드를 좋은 조건으로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근데 요즘 주변에 새로 정착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전만큼 까다로워지지 않다고 한다. 돈만 있다면...)  집을 구매하기 위해 모기지를 신청하는 것은 더욱 까다롭다.  모기지 신청을 했는데 은행 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신용점수를 높이려면


신용점수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상세한 부분까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가령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이 대출이자 이율이 낮아질 수 있고, 신용카드 한도금액을 높일 수 있고, 대출금액 한도가 높아지는 등, 한국에서의 그것과 혜택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신용점수는 단기간에 오르지는 않지만 단기간에 떨어지기는 한다 꾸준히 올릴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은행에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서 꾸준히 사용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가장 만들기 쉬운 연회비 $0의 신용카드를 만들어서 자주 사용하고 돈을 밀리지 않고 납부하는 신용기록을 남기면서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적은 금액의 신용카드 사용이라도 자주자주 갚아주는 것이 신용점수를 쌓는데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한번 정해진 날짜에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납부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사용자 마음대로다.  나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납부하는 편이다.  그러면 은행 입장에서도 '이 녀석은 꾸준히 우리와 신용거래를 하고 있군'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 같다.




천조국 신용카드의 스케일 큰 혜택


한국에서는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려하는 혜택이 많았다.  카드 포인트 적립, 영화 할인, 레스토랑 할인, 항공 마일리지 적립, 프리미엄 서비스 등등 본인의 생활패턴에 따라서 혜택을 주는 카드를 선택하곤 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신용카드를 고를 때 여러 혜택을 비교하는데- 그 스케일이 천조국 답게 꽤 크다.


카드사마다 혜택의 디테일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한국 내 카드사 적립 포인트를 생각해보면 0.5~4% 정도가 적립이 된다.  1,000원을 사용하면 최대 40포인트가 쌓이는 것이다.  사용 시에는 가맹점 결제금액의 10~20% 정도 내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도 있고, 다른 구매수단(기프트 카드,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도 가능하다.  하지만 교환 시에는 포인트와 금액 간의 1:1 매칭이 되지 않아서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  가령 현대카드의 150,000 M포인트로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 100,000원 권으로 교환 가능하다거나,  35,000 M포인트로 대한항공 1,000 마일리지로 전환이 가능하다.  포인트 적립 이외에도 영화관 및 레스토랑 기본 할인 등이 좋은 혜택들이다.  (많은 사용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는 현대카드의 M포인트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카드사들의 혜택도 이와 비슷하다) 



웹사이트에서 신용카드 신청시 카드마다 주는 혜택들을 잘 봐야한다. 특히 사이닝 보너스가 중요하다.



한국에서의 신용카드 혜택이 아기자기하게 많은 영역에서 사용된다면, 이곳에서의 신용카드 혜택은 90% 이상이 포인트 적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회비가 없는 신용카드라도 가맹점에 따라 1~5% 카드사 포인트가 적립이 되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를 사용하면 최대 0.05 포인트가 적립이 된다.  1포인트당 $1로 Cash전환이 가능하며, 항공사 마일리지와도 1:1 매칭이 된다(Chase 카드 기준).  호텔 숙박 포인트, 다양한 항공사 마일리지, 현금 선환이 쉽게 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카드 신규 가입 시에 받는 Signing bonus이다.  각 은행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카드 신청 시에 다양한 혜택(사이닝 보너스, Signing Bonus)을 부여하는데, 예를 들어 Chase 은행의 Preferred 카드를 신규 가입 후 3개월 안에 $4,000을 사용하면, 50,000점의 카드사 포인트(5만점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 가능)를 받는다.  내 경우에는 2년간 몇몇 특정 카드 가입 시에 받게된 보너스 마일리지만 모아서 미국-한국 왕복 여정을 3번 정도 유용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연말정산은 알아서, 잘못하면 책임도 알아서...


한국에서 회사 다녔을 때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오픈되어서, 웹사이트에 접속 후 클릭 몇 번을 하고 나면 필요한 서류들이 출력되고 몇장의 서류에 서명을 한 뒤에 회사에 제출했었다.  그마저도 바쁜 회사 일정 중에 하라고 하니 짜증내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제출 시기를 놓치는 동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늘 2차, 3차의 제출 시기가 있다)  내 경우에는 별생각 없이 제출하긴 했지만 딱히 아주 편리하다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그냥 일반적이고 당연한 공공기관의 웹서비스잖아? 다만 웹사이트의 UX 디자인이 구닥다리라고 혀를 끌끌 찬 적은 있었다.


이곳에서는 회사차원의 연말정산 서류 취합 같은 것은 없다.  개인이 각자 알아서 연말정산을 준비한다.  회사에서는 '당신의 계좌로 들어간 월급이 세전 얼마이고, 세후 얼마이다'라는 W2라는 서류를 보내줄 뿐이다.  연말정산은 Turbo Tax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개인적으로 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회계사를 만나서 진행할 수도 있다.  꽤 세세하게 체크를 해야 될 부분이 있고, 미국의 연방 세법과 주 세법 등등을 우리가 모두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초반에는 잔뜩 긴장하지만, 사실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하다 보면 또 어찌어찌 하게된다.  다만 그 과정이 꽤 어렵고 번거롭기 때문에 세법에 정통한 회계사를 고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몇백 불 정도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 정도는 회계사의 능력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에 비하면 미미한 양이다.) 


연말 정산 후에 몇몇 항목이 잘못 기입되거나 허위로 기재될 경우에 IRS(Internal Revenue Service)에서 회계 감사(audit)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꼼꼼히 작성하고 여러번 검토해야 한다.  운이 나쁜 경우에는 올바르게 작성했는데도 회계감사 케이스에 선정되기도 한다. (대상자를 정하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그럴 경우에는 IRS에서 우편으로 개인에게 왜 선정 되었는지 내용을 보내주는데, 내용들을 꼼꼼히 읽어서 필요 없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회계 감사를 대비해서라도 연말 정산 관련 서류들은 최소한 4~5년씩 hard copy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IRS에서 오는 메일은 연애편지보다 소중히 다뤄야한다.




DMV에만 가면 한국이 그립다


미국에서 살다가 유독 한국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바로 1년에 한 번 정도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우리나라로 치면 운전면허시험장)에 갈 때 그렇다.  DMV에 면허를 갱신하거나 차량 등록을 갱신하고 가게 되면 기본적으로 평일 중 하루(운 좋으면) 반나절 정도는 걸린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에도 '나 내일 DMV 가야 해'라고 하면 'Oh, man... good luck and take care'이라고 할 정도로 DMV 어느 지점을 가더라도 악명이 자자하다.  



아침 일찍 8시쯤 가도 이렇게 줄이 길게 서있다.



특히나 나 같은 외국인이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서는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도 4-5가지 필요하고, 면허시험(필기 및 주행)에 통과해서 면허증 받기까지도 1~2개월이 소요된다.  게다가 첫 해에 발급된 면허는 유효기간이 불과 1년이라 1년 뒤에 이 지옥 같은 DMV에 또 가야 한다. (참고로 필자는 올해 갱신했는데 유효기간이 2년으로 늘었다. 점점 늘어나는 건가?)  가장 속 터지는 일은 방문 시 일처리가 정말 느리다는 점.  기본적으로 종이 서류를 중심으로 일처리가 돌아가고 (미국에서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관련한 결과도 우편으로 받아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내 경우에는 면허 발급을 허가받고 면허증을 받을 때까지 두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임시 면허증이 있었는데, 임시 면허증이 만료될 때까지 정작 면허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임시 면허증을 갱신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었다.  국제 운전 면허증을 10분 만에 발급해주던 강남 운전면허 시험장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DMV에 가게 되면 정말 한숨만 나올 것이다.




s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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