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그의 음악
김남조 詩에 부친 "세 편의 아픈 사랑노래" 이영자 곡
테너 이영화, 피아노 구자은
이 연주를 보고, 심장이 발 밑으로 떨어져 며칠 올라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나의 선생님, 음악과 인생의 스승이신 피아니스트 구자은 선생님
그분의 음악은 해가 갈수록, 묵혀질수록, 형언할 수 없는 울림이 있다.
나는 요즘, 나는 이미, 살면 살수록 세파와 책임에 눌려, 음악 그 자체로 충만했던 기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도 그런가 보다 할 지경이 되었다.
지치지 않는 삶이란 없는 것이 확실한데, 어떤 마음으로 그 삶을 살아내시기에 해를 덧입을수록 이런 음악을 하시는 걸까.
이토록 처절하게 아름다운 가사, 선율, 화성
그 모든 것을 때로는 절규하고, 때로는 관조하고, 때로는 회한에 서려,
하나의 완전체처럼 굵게 엮으시어 청자의 마음에 통렬하게 닿으시는 두 분 연주자에게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선생님으로부터>
지난달 같이 연주한 영상이야
시도 음악도 거언 200년의 무게를 살아내신 두 분의 작품 준비하면서
많이 울었단다.
연주 후 96세 사회의 어르신, 젊은(?) 사람들이 용케 표현을 잘해줘서 고맙다고 4시간 동안 점심 사주시면서 하신 말씀 중
살아보시니 삶에서 사랑과 시간이 제일 중요하더라는
너무도 많이 듣고 나도 어렴풋 느끼고 머리에 인이 박힌 듯 살아왔던 그 말씀이,
그날 점심 이후로는 난생처음 듣는 말 같았어
매일매일 마음으로 곱씹는단다
그러다 이메일로 뜬 네 페북 소식 보니 그리운 내 마음과 같이 꼭 전달해주고 싶었어.
아주 잘한 거야
항상 건강히!
<선생님께>
선생님!
몇 번을 들었어요. 몇 번을 선생님의 표정과 몸짓을 따라가려고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
제가 학교를 떠난 이유는 제 개인적인 삶의 충족을 위해서가 물론 가장 크지만, 아주 조금은 제가 점점 깨달아가는 순수 고전 음악의 가치가 교육계를 포함한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기 때문이기도 해요.
항상 음악이 왜 필요한지, 사람들이 흔하고 쉽게 말하는 단순 위로의 기능 외 어떤 중대하고 필수적인 역할이 있는지를,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해 내고 싶어 안달을 했지요. 그런데 결국은 저도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거대한 걸 설명하기에 내가 너무 보잘것없고 부족하구나 그냥 삼킬 때가 많았어요.
선생님 연주는 제게 너무 중요한 걸 다시 알려주네요.
곡의 의미, 몰두한 연주자와, 그 모든 것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의 기가 듣는 저에게 닿을 때의 그 가치를, 이런 것을 말로 설명하여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싶어요.
“저는 이걸 듣는 15분 동안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것이 음악의 역할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의미를 알아가면 좋겠어요.
이런 음악이, 이런 순간이,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만 소비되지 않고 다양한 층위의 구석구석까지, 선교사에게 전도되듯 퍼져나가면 좋겠어요.
써놓고도 주제넘고 장황해서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 보내요
영상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선생님
저도 계속 곱씹어 들을게요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선생님!
I. 심장이 아프다. II. 우리의 독도 아픈 사랑이여 III. 죽은 이들에게
I. 심장이 아프다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II. 우리의 독도, 아픈 사랑이여
우리의 독도, 아픈 사랑이여
동해의 끝자락 아슴한 지평선에
독도는 강건한 수직의 등뼈여라
화산폭발의 불길에서 태어나
수백만 년 미리부터 이 나라 기다렸다
아아 우리의 독도
대한민국의 유구한 축복
아아 우리의 독도
이리 늦게 고백하는 아픈 사랑이여
번개와 폭풍우 사철 사나운 파도
독도는 인내와 극복을 일깨운다
불굴의 의지와 자존의 표상으로
수백만 년 훗날까지 이 겨레 지켜주리
아아 우리의 독도
대한민국의 유구한 축복
아아 우리의 독도
이리 늦게 고백하는
아픈 사랑이여
III. 죽은 이들에게
당신들은 강하다
강철의 성 안에 들어가 출입문을 모두 잠갔다
비정한 나쁜 사람들,
당신 맞지? 그래 나야
이 정도 인사조차 사절이라니
그러나
이쯤의 일 넉넉히 용서한다
정녕 용서 못 할 건
당신들 없이도
우리가 밥을 먹는 일이며
산 사람끼리 여러 번 웃은 일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먹는 밥은 당신들의 밥이며
당신들 중의 누군가를 위해
못 삭인 그리움을
살아생전 삼키는 일이다
광막한 우주 안의
풀씨처럼 작은 별에서 만난
연분들이여
아파서 펄럭거리는 종이깃발 같은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