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 때, 그러니까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외웠다. 아빠는 “공부는 머리가 말랑말랑한 어릴 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술담배를 먹으면 머리 나빠진다’는 타이름과 함께. 생각해보니 어릴 때 담배를 피우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3이 되어서야 시험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암기과목에 매달렸다. 그때는 선택지가 없었다. 어려서 머리가 말랑했는지 암기는 잘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우리 형제 중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던 막내에게 ‘수학도 암기과목’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머리가 ‘띠잉’ 했다. ‘외웠으면 나도 수학을 잘할 수 있었던건가’라고 아주 잠시 생각했다.
요즘 교과서를 읽는데, 이제는 외워지지 않는다. 그냥 읽는다. 읽어두면 필요할 때 바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그냥 읽는다. 책을 덮으면 새하얗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나중에 ‘필요할 때’ 인터넷을 먼저 검색한 다음에 목차를 훑어볼 것 같다. 100퍼센트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도 그냥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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