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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헌디

집을 바라보는 시선

by 박카스

얼마 전, 맞벌이를 하며 세 살배기 딸을 키우는 직장 후배가 상담을 청해왔다.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오는데, 최근 주변 시세가 내려간 것 같아 이사를 해야 할지, 전세를 연장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사 후보는 두 곳이다. 하나는 초등학교와 붙어 있는 20평대 신축 아파트. 깨끗하고 입지도 좋지만, 가격이 부담스럽다.


다른 하나는 초등학교와는 좀 떨어져 있지만 30평대의 구축 아파트. 가격 부담은 덜 했지만, 생활 편의성이 조금 떨어지고 무엇보다 초등학교 등굣길에 횡단보도 3개를 건너야 해서 고민이다.


두 곳 모두 대출이 필요하고, 특히 신축의 경우 부담이 컸다. 하지만 후배는 책임감이 강해 어떤 선택을 해도 잘 감당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친구다.


이야기를 듣고 후배에게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게 집이야, 가정이야?


새 아파트, 좋은 학군, 편리한 생활환경,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대출금을 감당하느라 주말마다 다른 사람들 당직을 대근하면서 아이가 커가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반면, 조금 낡았지만 여유가 있고 마음 편한 공간이라면, 가족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디 집값이 더 오를지도 따져볼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너의 관점을 집에 둘지 가정에 둘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제수씨 의견이 제일 중요하지, 하하.


얼마 뒤, 후배는 기존 아파트 전세를 연장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더 넓고, 더 편리하고, 더 값비싼 집을 꿈꾼다. 하지만 집은 하루의 끝에 마음 편히 돌아오고 싶은 곳,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 아닐까. 그 그릇을 어떤 이야기로 채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뒷산에 불이 나서 집으로 화마가 덮쳐올 때 무얼 들고 나올지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집 #가정 #아파트 #뭣이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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