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지수 옵션

1988년

by 박카스

Q. 인플레이션*이 발생할까요?

버핏 : 결국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 시점과 강도는 알 수 없지만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돈을 찍어내기가 너무도 쉽기 때문입니다. (...)


Q.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부동산, 외환, 차입금, 경질 자산(hard asset:내재 가치가 있는 유형 자산) 중 무엇이 유리한가요?

멍거 : 흔히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말하지만 부동산으로 큰돈을 잃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 나라 문화를 이해하기도 매우 어려운데 하물며 남의 나라 문화를 이해하기가 쉬울까요? 외환은 다루기 쉬운 자산이 아닙니다.

버핏 : 강물이 눈높이까지 차오른다면 그 강은 건너기 어렵습니다. 차입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위험합니다.

멍거 : 반 고흐의 작품이 작년에 4,000만 달러에 거래되었는데, 연 수익률이 13%였습니다. 이보다는 버크셔 주주가 지금까지 얻은 수익률이 훨씬 높습니다.


Q.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버핏 :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유능하고 정직한 경영자가 운영하는 훌륭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그 경영자에게 전권을 주고 간섭하지 않습니다. (...)


Q. 지수옵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버핏 : 언제든 두 상품을 연계할 때 차익 거래가 일어납니다. 자본주의에서 차익거래는 필요하고도 유익한 기능입니다.

멍거 : 문제는 지수옵션 같은 파생상품*도 필요한가?입니다. 지수옵션은 터무니없는 발상입니다.


Q. 조만간 불황이 올까요?

버핏 : 살아가는 동안 나는 불황을 여러 번 겪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경기예측에 시간을 모두 사용한다면 버크셔 주가는 한 푼도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경기 예측을 토대로 기업을 마음 내키는 대로 사고팔면 안 됩니다.




*인플레이션(inflation) : 화폐가치가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인플레이션은 원인에 따라 ‘수요견인 인플레이션(demand-pull inflation)’과 ‘비용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으로 나뉜다. 전자는 경기 과열이, 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원인이다.


경제성장과 연관시켜 인플레이션을 분류하는 방법도 있다. 경기침체 하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고성장을 하더라도 물가는 오히려 안정되는 ‘골디락스(goldilocks)’ 혹은 신경제 국면이다. 증시 입장에서 전자가 발생하면 최악의 상황이, 후자가 발생하면 최선의 상황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시기는 각각 1980년대 초, 1990년대 후반의 미국 경제를 들 수 있다.


*지수옵션 : 주가지수를 대상으로 한 파생상품으로, 미래의 특정 시점에 주가지수를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파생상품 : 채권, 통화, 주식 등 다른 대상의 가격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을 파생상품이라고 말한다. 파생상품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상을 기초자산이라 하는데, 주식, 채권, 통화와 같은 금융자산이나 농산물, 축산물 등과 같은 실물자산이 기초자산에 해당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연, 환경, 경제현상을 기초자산으로 해 가격이 변동하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출현하고 있다.


*파생상품, 특히 지수옵션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은 「2화 근사한 그래프의 유혹」에서 다뤘던 1987년 10월 19일 발생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로, 이날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22.6%나 폭락했다. 이는 지수옵션과 선물을 활용한 포트폴리오 보험 전략(주가 하락 시 지수선물·옵션 등을 매도해 손실을 막는 전략)이 주가 하락 시 자동으로 대량 매도 주문을 내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옵션 시장의 유동성은 크게 위축되었고, 시장 전반에 공황이 확산되었다.


이 사건은 파생상품의 대규모 거래가 실제 현물시장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각국 금융당국에 각인시켰고, 이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서킷 브레이커 제도와 같은 시장 안정 장치가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1988년 세계 주식시장은 일본의 NTT가 시가총액 1위로, 2위 IBM의 3배가 넘었다.

서독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미국 주식 시장은 대체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1987년 블랙 먼데이의 영향이 남아 있었고, 이후에도 다양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1988년에도 일시적인 하락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1988년 말 종합주가지수 종가는 907.2 포인트로 525.11이었던 1987년 보다 73%나 상승했다.




2025년 5월 3일,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은 올해 말 CEO 자리에서 은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94세의 나이로 60년 이상 회사를 이끌어온 그는, 현대 자본시장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며, 장기적이고 가치 중심의 투자 철학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1965년부터 이끌어온 버크셔는 그의 리더십 아래 매년 복리 수익률 20%에 가까운 경이로운 실적을 거두며, 한때 섬유회사였던 버크셔를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기업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버핏은 그렉 아벨을 후임 CEO로 지명하며, 경영권 이양 계획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아벨은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 CEO 및 비보험 부문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 왔으며, 앞으로 약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며 ‘버크셔 2.0’ 시대를 이끌 주역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버핏은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며 회사의 철학과 방향성에는 여전히 영향력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가 지난 수십 년간 보여준 꾸준함, 도덕성과 겸손함은 단지 투자 세계의 표준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돈’이라는 수단이 어떻게 신뢰와 원칙을 기반으로 쓰일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모범이었습니다.


버핏의 은퇴는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지만, 그의 유산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버크셔, 그리고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철학 속에서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워런 버핏, 그 이름이 남긴 업적에 깊은 경의와 감사를 보냅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 (사진출처 AP연합)


참고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홈페이지, 한국경제신문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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