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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Nov 25. 2018

무뢰한

김혜경의 辯

  누구나 평범하고 안락한 삶을 꿈꾼다. 욕심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평화롭고 소박한 행복을 원하는건 누구나 같을것이다. 살아가면서 상처한번 받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상처는 또 상처가 되고, 결국에는 숨기고 싶은 아픔이 된다. 훗날 아픔이 견디기 어려우면 스스로 나약해져 작은 감정에도 쉽게 휘둘린다. 


지속되는 고통은 연결고리를 찾기가 어렵다. 마치 시작과 끝을 알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조차 희미해질 즈음 삶의 의지와 희망도 조금씩 옅어진다. 생활은 더욱더 미련해지고, 행동은 얇은 종잇장 마냥 나약해 진다. 


도망치고 싶고, 다시시작하고 싶다. 그런데 정신적인 안식처가 없다. 불안정한 상태는 새로운 출발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그냥 삶을 흘러가는대로 내버려 두었다.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고, 내일이 오면 또 저녁이 오고. 불현듯 찾아온 사랑에 다시한번 속고, 그래도 그게 좋았기에 또 다시 미련해지고. 


남들은 손가락질 할 지 몰라도, 나에게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유일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넘쳐흐르는 불안함도 겨우 참아 이겨냈다. 괴로움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덮쳐와도 쏟아지는 눈물을 꾹 다문 입으로 짓이겨 냈다. 그리고 괜찮다고, 다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벼랑끝을 붙잡고 있는 손이 점점 무뎌질 즈음,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손길이 다가온다면 기분이 어떨까? 나도 행복해지고 싶은 인간이기에, 조금더 나은 희망이 있다면 반갑지 아니할까. 연약해질대로 약해진 마음의 창을 뚫고 들어고는 말 한마디가 때로는 실낱같은 빛이 되기도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무 쉽게 진심을 들켜 버렸다. 장난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진지하게 반응했던 내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민망했고, 부끄러웠으며 무엇보다 절망적이었다. 서운함과 서글픔을 숨겼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좌절감을 삼키며 앞만보고 아무일도 없는척 걸어갔다. 또다시 직면한 현실앞에서 내가 꿈꾸던 평범함은 다른세상 이야기가 되었다.


일말의 기쁨이나 희망조차 사라질것 같았다. 괜한 기대감을 가진 나의 섵부른 판단이 잘못이지, 무례하게 나에게 다가온 상대방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참으로 절망적이고 슬프고 속상하다. 자존심도 상했다. 너덜너덜 해져버린 자존심이지만 그래도 따끔거렸다. 


그래, 결코 무례한 행동은 아니었다. 내가 미련했을 뿐이다. 그래도 야속하기 그지없다. 상처위에 덧나는 상처가 숨겨지지 않듯이 무례함이 반복되어도 무례함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만을 남길 뿐이었다. 삶은 언제나 무례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만 같았다. 


잘먹고 잘살아라 이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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