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씩은 재밋는 드라마도, 추억임 담긴 음악도, 좋아하는 분야의 독서 대신에 할매들의 시집을 읽는다. 읽는다고 표현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할매들의 시집을 읽는다. “시가 뭐고? 칠곡 할매들 , 시를 쓰다” 랑 “시집 살이” 두권이 있는데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서 본다
답답하고 안개속을 걷는 느낌이 들때 할매 들이 쓰신 시를 보고 있으면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 든다. 세월의 풍파와 연륜이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진정성을 본다.
“시” 라는 장르로 묶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시의 통념을 깨 부순다. 언어가 표현되는 순간 생각은 새로운 지혜를 탄생시킨다. 몰입의 영역을 넘어서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공감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서러움은 서러움대로, 그리움은 그리운대로 인생과 함께 흘러왔다. 흘러 흘러 무덤한 삶을 살고 있을갓 같은 할매들은 가슴속에 하고 싶으신 말이 너무 많으셨나 보다.
글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수십년 동안 차마 끄집어 내지 못한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 아련했던 소녀 시절을 다시금 생각하고 , 풀벌레 소리와 눈내리는 소리를 표현한다. 지성의 시대에 지혜로움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순수함이 어찌 어린 아이만의 향유물 이겠는가. 표현 하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 할매들도 순수를 간직해 오고 계셨다. 육십갑자 한바퀴 돌면 순수의 시절로 돌아 가는가? 닳고 닳은 손 끝이 몽당연필을 통해서 반짝 반짝 빛이 난다.
자식을 사랑하는 헤아릴 수 없는 엄마의 마음. 허리 필 세 없이 밭일 만 하다 흘려보낸 청춘. 남편을 보내고 세상에 맞선 강한 모습 뒤에 숨어 있는 그리움. 길에서 훌쩍일때 업고 논두렁을 달리던 오빠에 대한 간절함.
삐뚤삐뚤하고 맞춤법이 엉망이라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사투리가 가득한 시집에는 쉽게 단정 할 수 없는 인생이 풍성하게 펼쳐져 있다.
삶 그자체를 보고싶다면 할매들이 이야기 하는 몇줄을 가만히 느끼면 된다. 슬프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을이 되면 길가에 피는 코스모스 처럼 그윽하게 내 마음속으로 들어 온다.
이렇게 쓰다보니
할매들의 시를 읽는게 아니라 느낀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표현 할 수 없는 것 까지 느끼게 해주는 할매들의 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힐링이다.
<우리 영감> -홍복남
의젖하던 우리영감
애기가 되었네
밤에는
안들어오고
아무거나
줏어먹고
삼년만에
어딜갔소
이봄에
생각나네
우리영감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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