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소설도 좋아한다. 만화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한다.
그중에서 다시보고 또 봐도 재밋는걸 좋아한다. 새로운 발견을 가져다 주는 작품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신원호 감독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가장 즐겨 본다.
친구들끼리, 혹은 동료들간에 우스갯 소리로 '큰 그림 그린다' 라는 말을 할때가 있다.
농담으로 넘기는 말이지만 큰 그림을 그린다는건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다.
사건이나 일을 전체적으로 놓고 생각하는 힘. 그것이 큰 그림을 그리는 핵심이다.
이를 좀 더 멋있게 표현하면 '구조적 사고를 할 수 있다' 라고 말 할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놓고 생각하는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계획을 세우는 이유 또한 전체를 놓고 생각하기 위한 훈련이다.
전체를 그려놓고 세부 계획을 세우면 Plan-B를 만들 수 있다. 위기가 다가와도 여분의 이야기로 전환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를 그리지 못하면 계획을 어디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문학시간에 무수히도 많이 들었던 단어가 '복선' 이라는 말이다.
향후 서사에서 내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미리 던지는 떡밥 이라고 이야기 하면 좀 더 와닿는다.
왜 떡밥이 중요한가. 떡밥은 아무나 던질 수 없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나 전체의 완결성을 생각한 사람만이 떡밥을 던질 수 있다. 제대로된 떡밥이 존재하는 이야기는 다시 되돌아왔을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봤던 영화나 드라마 혹은 이야기가 새롭게 보이는것. 그건 큰 틀에서 복기 했을때 떡밥이 시의 적절 했기 때문에 무릎을 탁 치는 기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단 몇줄의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체 개요를 짜는 이유는 구조적인 사고를 글 속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기-승-전-결 이라는 흐름속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펼치지 위해 개요를 먼저 짜곤 한다. 노림수가 좋은 사람은 구조적인 사고가 습관화 되어 있다. 물론, 지나치게 노림수에 집착하는 사람은 피곤하다. 언제나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해야 하고, 때론 정공법이 필요할 시점에 머뭇머뭇 거리다가 때를 놓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구조적인 사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인 사고가 몸에 베어 있는 사람은 사소한 지나침에도 의미를 발견 할 수가 있다. 항상 지나간 일을 복기하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연습을 한다. 지나간 것에 연연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 모멘트를 생각하는건 누구나 훈련을 거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있는 삶은 질문은 수반한다. 'why?'라는 물음에 적절한 길을 찾기위해 다양한 힌트를 찾기위해 현상을 심도있게 바라본다.
대화나 일의 완결성을 미리 생각하고 마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단번에 차이가 난다. 예상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의 완결성을 염두한다는건 매우 중요하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 그리고 전체를 머리에 염두하며 만들어낸 순간의 결정은 스스로가 후회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구조적 이라는 단어가 너무 딱딱해 보일 수도 있다. 막상 의미를 알고보면 그리 딱딱한 의미는 아닌데도 말이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에서 부터 시작 할 수 있다. 순간을 독립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과 더불어 전체의 흐름을 이해하고 파고드는 능력이 합쳐진다면 직면한 문제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들은 한순간을 결코 허투로 흘려 보내지 않는다. 완결성이라는 판을 그려놓고 퍼즐을 맞춘다. 그래서 보는 이도 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에 집중하는 것과 동시에 전체를 볼 수 있는 훈련은 'why'라는 질문에 한걸음 다가가게 해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 일지라도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위해선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수학도 못하고 과학도 못하지만 구조적인 생각을 하려는 의지만은 놓치지 않아야 겠다 다짐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회차가 거듭 할 수록 앞에 던져놓은 떡밥들을 생각하면서 다시금 완결성을 고려한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매사가 피곤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정도 단점은 나를 위한 훈련이라 생각하고 오늘도 큰 그림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