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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Nov 25. 2015

고해성사

나를 규정 짓는건 바로 나의 태도다

< 한 청년의 일기 >




서른이 넘은 지금 아직도 나를 붙어다니는 꼬릿말

'고시낙방자'

수년간 고시를 했음에도 합격선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는

시도해서 실패했다는 실패자라는 꼬리표가 당연하듯 붙어 다녔다.

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 난 계속 떨어졌으니 실패자로 불린다.

우리 집에서도 고시하다가 실패 한 사람으로 불리우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고포자(고시포기자) 로 불린다.

딱히 기분 나쁜건 없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고 ,

나도 그냥 그렇게 듣다보니 고시라는걸 시도해서 실패 한 사람이라고 나를 규정 지은거 같다.


하루는 나와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주위의 부러움을 동시에 받으며 일하는게

너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부러움 가득하게 집으로 오는길에 눈물이 났다.

나에게 너무 미안함 마음이 들었다.

비록 하고자 했던걸 이루진 못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에도

나는 나를 실패자로 규정했고,

나를 실패자라고 부르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다.

내 자신속의 진짜 나에게 미안함이 몰려왔다.


단지 살아가는 과정에서 내가 시도했던 것이

결실을 얻지 못했는데,

그걸 가지고 2군 인생인 마냥 낙담하고 , 부러워만 하는 내 자신이 참 한심했다.

세상에 오롯이 살기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하고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이 주어졌다는게 큰 영광인걸 내가 무시하고 있었다니

남들이 뭐라고 해도 , 난 내 스스로의 자존감은 지켰어야 했다.


실패자라고 내가 나에게 스스로 낙인 찍는 순간

난 실제로 영락없는 실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고싶으면 다시 도전 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미련없이 내가 하는 일을 하면된다.

그럼에도 나약하게 질질 끌려 다니는 나의 모습을 보니 나에게 미안했다.


난 게으르게 살지도 않았고, 나쁜짓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몇번의 시험에 몇년동안 떨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고작 그걸로 내 인생을 평가 절하 시키는 내 모습이 참 한심했다.

그리고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

눈물을 한방탕 흘리고 나서 ,

다시 마음을 다졌다.


하고싶으면 하고 , 아니면 미련없이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

그것이 수많은 역경을 거치고 살아온 나라는 존재에 대한 예의라고 .

난 절대 패배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한 , 나에게 미래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감사하고 ,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그것만이 지금 내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눈물을 끝으로 난 나에게 당당해 지기로 했다.

난 패배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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