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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Dec 22. 2015

기억은 잊혀지지 않고 , 숨어있다.

쏟아지는 기억에 대처하는 마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한다. 인디언 부족의 속담중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것 또한 인간이 가지는 시간속 망각의 속성을 잘 드러내 주는 문구이기도 하다. 살아가다 보면 어찌 즐거운 일만 생기겠는가. 힘든일도 생기고, 슬픈 일도 생기며, 어려운 일도 생기고, 그 와중에 기쁜일도 생기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이 녹록치 않은 이유는 과거 기억에 관한한 취사선택이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살아가면서 좋았던 일만 생각하면서 살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과거에 얽매여서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그런데 마냥 어리석다고 몰아세워서는 안된다. 과거에 얽매여 있는 사람은 그만큼 그 과거의 사슬에 오래도록 묶일 만한 이유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사리 타인의 삶을 판단해서도 안되고 평가해서도 안되며 가르치려 들어서도 안된다. 다만, 과거에 힘들어 하다가 현재를 놓치고 미래를 불행하게 살아가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도록 서로 조금씩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같다.


기억에 힘들어 하는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나쁜기억을 훨훨 날려버리라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건 모두가 알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상처의 기억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기억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인간의 뇌가 기억 할 수 있는 용량이 정해져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우리는 뇌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쉽게 잊혀져 버리지 않는다. 기억이 삶과 자신에게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자세부터 시작하는게 좋을법 하다.


기억은 잊혀지지지 않는다, 우리는 기억을 다만 숨기고 살 뿐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의 희로애락들은 작은 상자속에 꼭꼭 담겨져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상자가 넘어져서 문득 흘러내리는 기억들 앞에서 당황해 하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가 평생 안고 가는 기억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지 쏟아지는 슬픈 기억에도 나를 어루어 만질 수 있고, 넘쳐나는 기쁜 기억들 속에서도 흥분하지 않을 수 있다.


기쁨, 슬픔, 아픔 을 비롯한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단연 잊혀지지 않고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는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다. '그리움' 바로 그리움 이야말로 항상 내 마음속 상자속에 숨어있다는걸 인지하는 몇 안되는 기억의 종류이다. 그리움은 우리가 수시로 꺼내어 볼 수도 있고, 그리움을 누를 수도 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위해서 옛날 아버지 휴대폰으로 메세지를 보내던 소녀의 마음이 마냥 슬프지도 않고 , 애처롭지만은 않은 이유일 지도 모른다.


어떻게 삶이 전개될 지도 모르고, 어떠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갈지도 모르는게 우리가 마주한 삶의 본질중 하나이다. 무수한 이벤트들이 스스로를 아프게하고, 기쁘게하기도 하고, 힘들게 하겠지만 언젠가는 과거로 치부되는 하나의 지나간 일이 될 것이다. 지나간 일이라고 해서 불필요 한건 아니다. 힘들었던 일이라고 해서 잊으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냥 숨기고 살며 , 가끔씩은 넘쳐오르는 기억속에서 힘들어 하는 스스로가 지치지 않게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해를 마무리 하는 2015년의 마지막 달이 절반을 넘었다. 한해동안의 기억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말고, 삶속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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