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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Feb 01. 2016

대체 등산면접은 왜 하는거죠?

조직은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산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취미입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심신단련에 등산 만큼 좋은 활동은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등산은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삶의 전반을 돌아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등산을 저는 일년에 두어번 갈까 말까 합니다. 등산용품이 없다는건 핑계고, 사실은 게으름이 그 원인이겠지요. 예전에 면접을 보는데 등산 면접을 봤던 적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등산면접을 왜 보는 것일까. 본인들이 하고 싶은 취미 생활을 그냥 한번 해보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등산 후 막걸리 마시며 시시콜콜 이야기 하는게 좋아서 그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참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습니다. 


저번주에 회사에서 함께 산행을 다녀 왔습니다. 태백산 설산 정상을 오르는 코스 였습니다. 도대체 등산을 왜 이렇게 단체로 가야 하냐는 마음에 불만인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설경은 저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허나 , 풍경보다 더욱더 제 생각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 옛날 '등산 면접을 대체 왜 하는 것일까' 라는 것에 대한 물음이 다시금 떠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등산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체력이 좋아 금새 올라 가는 사람도 있고, 근력이 부족해서 뒤쳐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준비를 탄탄하게 해 와서 좋은 여건에서 등산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미처 준비하지 못해 어려운 여건에서 등산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힘들다고 계속 투덜대는 사람이 있는 반면, 힘들지만 그냥 참고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렇게 단체로 등산을 하다보면 다양한 모습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의  의욕을 과시하고 싶은 사람. 볼멘소리로 일관하며 그냥 대충 하다가 하산하고자 하는 사람 등등 꽤 많은 유형의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설산을 올라가는 도중 구성원 한명이 낙오할 위기에 처했던 적이 있습니다. 작고 여린 체구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기에 추운겨울 미끌리는 눈위를 오른다는 게 여간 쉬운일이 아니었을 터이죠. 반면 아주 씩씩하게 잘 올라가는 구성원도 있었습니다. 한명의 구성원이 어려움에 처하자 , 사람들이 저마다 역할을 가지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리더의 기질을 가진 사람은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진두 지휘 했고, 강한 실행력을 가진 사람들 리더의 지휘가 떨어지기 무섭게 재빠르게 행동했습니다. 등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사람은 여분의 물을 가지고 탈수 증상이 원인일 수 있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좋은 기구를 구비한 사람은 자신의 기구를 손수 빌려주며 손쉬운 등산법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모두의 역할이 나누어 지고 나서 , 낙오할 뻔 했던 구성원은 무사히 높은 정상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나몰라라 하며 자신의 기량을 뽐 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각자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등산면접은 이런 역할에 대해서 , 어떤 기질의 사람을 구별 해 낼 수 있는 일종의 시뮬레이션과도 같은 절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레 자신이 가져야 할 태도와 역할을 찾는 과정이 , 조직사회에서 매우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등산 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견해 내는 과정. 그것이 어쩌면 등산면접의 진짜 이유 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등산'이라는 주제에 국한해서 이야기 했지만, 호불호가 갈리고 어려움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순간에 개개인의 역량과 됨됨이가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등산면접은 이러한 점을 십분 활용한 하나의 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나는 행동이야 말로 , 본인을 더더욱 잘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의외에 상황에 좋은 대처를 하기 위한 능력을 기르는것. 그건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도 아니고 , 삶 전체를 통해서 길러질 것입니다. '대체 등산 면접을 왜 하는거야' 라고 툴툴 거렸던 저의 과거에 대한 대답은 이렇게 의외에 곳에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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