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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May 13. 2016

차마 헤아릴 수 없는...

지나간 어버이날 , 사랑은 언제나 곁에 있다.

몇일전에는 어버이 날 이었다. 어버이 날이라고 해서 거창한 선물을 사드리거나, 좋은 여행을 함께 가 드리지는 못했다. 지금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 타지에 살고 있지만 매일 문안인사 드리고 한달에 두어번은 꼭 고향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고 말벗도 되어주는거라고 생각했다. 예쁜 카네이션을 두개 준비하고 서울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이유없이 감동적이었다. 집에 도착하고 동생과 함께 다같이 저녁을 먹는데 이야기가 나왔다. 


동생이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쳤다. 하마터면 큰일 날뻔 했는데 , 다행이 그리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엄마 , 저 다친거 걱정하셨어요?"

라고 귀여운 말투로 이야기 하는 동생을 어머니는 쳐다보시지도 않으셨다. 

워낙 무뚝뚝하시고 , 강인한 분이라서 평소에도 힘들다고 말한적도 없으시고 서운한 점도 내비추신 적이 없다. 그래서 나도 '아..그냥 그러려니 하시겠구나' 싶었는데 , 그때 어머니께서 고개를 돌리면서 한마디 하셨다. 


"그게 어디 니 살이가, 내 살이지!" 

숟가락으로 열심히 밥을 뜨던 내 숟가락이 잠시 멈칫했다. 

순간 코끗이 찡해지고 , 가슴 저 아래부터 아련함이 밀려왔다. 

큰 수식어 없는 한마디 였지만 누구보다 어머니의 사랑을 구구절절 느낄 수 있는 한마디였다. 

수십년동안 시집살이를 하며 , 친정에는 손꼽을 만큼 다녀오시고 , 수많은 집안 대소사를 치르면서 

더욱더 무뚝뚝해지신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라 내 마음에는 더욱더 큰 울림으로 다가 왔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어머니의 사랑은 , 

당연해서 지나친게 아니라 , 너무 원대하고 차마 자식의 입장에서는 헤아리기 힘든 큰 하늘이기에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랑의 실체를 조금씩 알게 될 나이가 될 즈음에는 

주마들처럼 오랜기억이 살아나고 , 그 기억속에서 '아 이게 그때 사랑이었구나' 라고 되짚어 보게 될것이다. 큰 사랑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될 때에는 어쩌면 어머니께서 곁에 없을 수도 있다. 


혹자는 , 자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라고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집착이라는건 어쩌면 , 아직 철들지 않은 우리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이기심일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물론 , 부모님께서 지나친 요구나 , 힘든 결정을 자녀에게 바라는 경우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부모님의 사랑은 우리가 쉽게 판단할것이 아닐 것이다. 


심순덕 시인의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라는 시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으시다고/외할머니가 보고싶으시다고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알았던 나

한밤중 자다깨어 방구석에서/ 한 없이 소리죽여 울던..(이하 생략)


우리가 늘 강해야 하고 ,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어머니의 사랑은 숭고한 희생과 큰 마음으로 이루어 지는것이다. 지금 비록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의 울림만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늘 강하기만 했던 나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 어머니도 여리고 마음약한 사람이라는걸 생각 해 볼 필요도 있다.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나는 어머니의 작고 귀여운 아들 이겠지만, 어리광 보다는 자녀의 입장에서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깊이 새기는 태도로 살아가고 싶다. 


동생 또한 나와 같은 느낌을 순간 받았을 것이다. 

고향에 내려가면 늘 친구 만나러 가기 바빴던 내 삶이 ,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과일먹고 차마시고 수다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해주는 삶으로 바꼈다. 그리고 늘어나는 주름에 얹혀있는 삶의 무게가 나로 인하여 가벼워 지는 모습을 보고 나 또한 매우 행복했다. 


육신의 헤어짐은 언젠가 다가올 테지만, 크고 깊은 사랑은 평생 내 곁에 남아 있으리라 확신한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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