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의 칼'이 이야기 하는 일본의 줄기
가깝고도 먼 대표적인 나라 일본. 왜 일본은 우리를 그토록 괴롭혔으며,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일본인들은 어떤 사람일까,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 왔고 살고 있는가. 질문에 대한 답을찾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이라는 책이다. 단 한번도 일본에 가 본적이 없는 사람이 일본에 대해 쓴 책.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역설적인 장점이 존재하는 책. 이미 일본관련 서적 중에서는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은 책.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 각자의 위치가 있다.
- 일본은 전범국가다. 미국을 상대로 진주만을 공격했다.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주축국으로서 일본은 전쟁을 주도 한다.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을 계기로 일본은 패전을 인정하고, 이를 기점으로 세계2차 대전은 막을 내린다. 일본은 계층제를 근간으로 하는 카스트 제도를 가진 국가였다. 일본은 항상 ‘각자의 위치’ 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든 사회 질서 속에서는 각자의 위치가 있는 것이고 , 이는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사회 행태였던 것이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동북아의 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것 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동북아 국가의 질서에는 각각의 위치가 필요하고, 명확한 국가 간 계층 확립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유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본인의 기본적인 사고방식 이었다. 그런데 , 서구 자유국가들(특히미국)이 동아시아의 위계와 질서를 해치려고 하기 때문에 일본은 평화를 위해서 전쟁을 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전쟁은 응당 해야하는 동아시아의 큰 형님 으로서의 역할이었고, 패배는 인정 할 지언정 전쟁의 명분이 잘못 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에서 패하고, 일본 천황의 항복 방송이 공식적으로 나오자 일본인은 그 패배에 대한 미련을 한번에 버렸다. 아침에 들고 있던 총칼을 언제 그랬냐는 듯 내려놓고, 전쟁 이후에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만 했다. 분노하거나, 치욕스럽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2. 부채(빚)
- 흔히 일본을 ‘스미마센’의 문화라고 이야기 한다. 스시마센의 뜻은 단순히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당신에게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현대경제 조직 하에서는 나는 당신에게 진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나는 이런 입장에 놓여진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보통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인은 관계를 은혜를 입고 이 은혜를 갚는 보은의 과정으로 명명한다. 빚을 진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인은 낯선 타인에게 호의를 베푸는것에 상당히 미온적이다. 온정주의 국가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내가 섣불리 행하는 호의에 상대방이 부담스러운 빚을 지기 때문에 행동거지에 지나친 조심성을 부여한다. 주변에 일본 친구가있는 사람은 일본인이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 그 선물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는 걸 알아 챌 수 있다. 이 또한, 상대방에 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보은주의에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적에게 호의를 받아서 마음의 빚을 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참을수 없는 치욕감 이라고 생각한다.
3. 국화와 칼
- 국화와 칼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국화를 좋아하지만, 항상 칼을 지니고 있는 일본문화를 가장 단적으로 나타내고자 국화와 칼이라는 제목을 지었지 않았을까 싶다. 일본문화를 연구한 문헌들은 유독 But also(~~하지만, 한편으로는 ~~하다) 라는 접속사를 많이 사용한다. 하나의 현상 앞에서 일본인은 서로 다른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모습과는 달리 일본인의 습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모순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 야지만, 국화와 칼 이 왜 국화와 칼인지 알 수 있다.
어떻게 해서 일본은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는가. 왜 일본은 정한론을 통해서 이토록 우리나라를 괴롭혀 왔는가. 왜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는가. 어떻게 일본은 장인정신이 그토록 몸에 베어 있는가. 대체 일본인에게 있어서 천황의 존재는 무엇인가. 전범 국가 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은 왜 늘 부족한 것인가.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라고 했다. 우리가 그들의 문화를 아는 만큼 , 지금 당면한 문제들을 명확하게 정리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화와 칼은 단순한 교양서가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한 병법서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