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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Jan 11. 2017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위선이 진실의 영역을 침범하는 신뢰 상실의 사회

  16세기 영국의 금융가였던 그레샴이 처음 사용한말이다. 영국에서 통용되는 화폐중 저급금속의 함량이 많은 화폐가 점점 더 늘어나자 결국에는 높은 은 함량의 화폐가 사라지게 되고 경제전체 적으로 손실을 입게 됨을 이야기 하면서 나온 말이다. 경제학 분야에서사용되는 말이지만, 살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걸 발견 할 수 있다. 

  

  사기꾼은 나쁘다. 이유야 무수히 많지만, 난 사기꾼이 나쁜 이유를 두가지로 압축하고자 한다. 첫째, 타인을 속여 상처를 입히고 자신의 편익을 증대시킨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기꾼이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첫번째 이유와 더불어 사기꾼이 나쁜 이유는 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전체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진실을 이야기 하는 자의 진실이 불신 속에서 거짓으로 폄하 되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나쁘다는 것이다. 사회가 하나의 유기체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면, 사기꾼은 암묵적인 시스템을 속이는 일종의 양치기 소년인 셈이다. 

  

  하루는 대학교 게시판에 신세 넋두리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학생인데 너무 사는게 힘들고 , 가정형편도 어려워서 공부는 커녕 아르바이트 해서 하루하루 식사를 챙겨먹기도 어렵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그 글을 보고 대학동문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라며 조건없이 돈을 빌려주거나, 심지어 나중에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며 그냥 돈을 주기도 했다.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아직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따뜻하구나 하고 느꼈다. 


  그 후로 몇 달이 지났다. 지난번 도움을 받았던 그 동문의 이야기가 모두 거짓으로 밝혀지고 심지어 법적인 조치까지 취해지고 있었다. 아이디를 바꿔가며 주기적으로 거짓글을 올려 사람들로 부터 돈을 갈취한 셈이 된 것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말 걱정되는 건 단순한 배신감이 아니다. 가끔씩 하소연할 곳도 없고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안되는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봐 그것이 걱정이다. 나쁜 선례 때문에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되레 눈총을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단 위의 사례뿐만 아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불신, 각종 비영리 단체에 대한 의구심, 진정한 선행에 대한의심 등 사회 전반에서 하나의 나쁜 선례가 진실된 마음과 행동들을 몰아내고 있다.  불신이 기반이 된 풍토에서는 선행이 일어나기 어렵다. 칭찬은 커녕 비난만이 먼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먼저 해야 하는 일은 경제성장도 아니고, 국격신장도 아니다. 바로 공동체의 신뢰 회복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게 당연시 되는 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음을 가슴깊이 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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