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익 Sep 18. 2017

인생 - 살아간다는 것

위화의 소설 '인생' 을 읽고

고향집에 심심하게 있던 차, 붉은색 책이 눈에 들어왔다. 위화의 ‘인생’ 이라는 책인데, 예전에 아르바이트할때 중국학과 교수님께서 한번 읽어보라고 주신걸로 기억한다. 위화라고 하면, 잘은 모르지만 ‘허삼관매혈기’의 원작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중국에서는 일본의 무라카미하루키와 비견 된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 쪽 방면에는 문외한이니 그냥 한번 읽어 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원작은 ‘살아간다는 것’ 이다. 주제라고 하면, 인생사 새옹지마?정도로 요약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인 푸구이는 대지주로 살아가지만, 도박을 통해서 재산을 탕진하고 한순간에 소작농으로 전락한다. 아버지는 충격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내는 장인집으로 돌아간다. 모든사람의 무시와 조롱을 받고 주인공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주인공이 겪는 고난은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이 사실을 모두 이야기 하면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야기 하지않는다.)


  오래 살아 온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의 실패와 부침을 겪고 나서 의지를 상실한 적이 있다. 왜 뜻대로 살아가 지지 않는것인지. 왜몸은 계속 아프기만 한 건지.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괜시리 짜증이 나고, 문제를 해결해야지만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은 강박관념도 생겼다. 나만 뒤쳐지는게 싫어서, 뭐라도 해야지 불안하지 않았다. 불안은 때론 성장의 추동력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다.  그게 나름 젊음의 미덕이라고 나 자신을다잡곤 했다.


내가 계획한 이 일을 제때 하지 못하면, 어긋나기 시작할 것만 같았고, 한번 어긋나면 앞으로도 계속 어긋날것만 같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그쳐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열심히 채찍질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이룬게 없다는거다. 이게 어쩌면 나를 더 분노케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위화 소설인 ‘인생’의 주인공을 계속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도 푸구이의 삶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노년이 된 푸구이가 삶을 반추하면서 보여주는, 세월속에 녹아버린 감정의 허물들은 갓 서른을 넘은 나에게도 많은 편안함을 주었다. ‘달관’ 과는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인생을 하나의 목표로 삼거나, 우리가 정복해야 하는 큰 과제라고 생각해 온 나로서는 좀 더 편하게 삶을 바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된 '인생' , 어쩌면 너무 심각하게 인생이라는 주제를 대했는지도 모른다.

이래도 한세월, 저래도 한세월 이 아니다. 인생은 그야말로 살아간다는 것이며,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나와 함께하루, 일년, 십년, 삼십년을 걸어가는 동반자인 것만 같았다. 우리가 겪는 고통 또한 인생의 일부이고 ,지금 누리고 있는 작은 호사들도 함께 손잡고 가는 인생이라는 것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점이 아닌가 싶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합당한 노력을 하고,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성취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소위 말하는 멘탈갑 을 위해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고,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한 권에 책으로, 그것도 ‘인생’이라는 방대한 주제로 엮은걸 감히 소감이라고 쓰는게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때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 일 수도 있고, 혹자는 김빠지는 이야기라고 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단 하나분명한 건 인생은 우리의 친구이며 같이 슬픔과 기쁨을 겪어가는 존재 그 자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장예모 감독이 연출하고, 공리가 주연을 한 영화 ‘인생’의 대사로 글을 갈무리 하고자 한다. “만약 내가 재산을 다 잃지 않았다면, 용이 대신 내가 처형 당했을거야”(재산을 빼앗겨 용이에게 대지주 자리를 내어 준 주인공이, 장제스가마오에게 패한 국공내전 이후 재산 몰수 과정에서 부르주아지인 용이가 처형당하는 것을 보고 인생사 새옹지마 라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중학교때 멋모르고 들었던, 투팍의 Lifegoes on이 서른이 넘어 무심결에 꺼내 든 책에서 들려올 줄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하이에크 [노예의 길] 대신 읽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