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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Dec 15. 2017

간절했던 사람이, 간절한 사람에게

위로가 아닌 공감과 힘이 되고픈 마음

내버려둔 나의 블로그 포스트에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오랜기간 수험생활로 심리적 압박감이 구구절절 느껴지는 말들이었다. 내가 올린 글을 보고, 면도 모르는 이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지금 수능은 잘 쳤을까? 문득 궁금하다. 마지막 한달전 남긴 글에 내가 댓글을 달았다. 그것도 아주 장문의 댓글을 말이다. 비단, 이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일일까? 이건 간절함이 부족한 내가, 간절했던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하는 말이기도 하기에 이렇게 다시금 글을 옮겨본다

(아래는 댓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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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답글을 다네요.
시험의 종류를 불문하고, 오랜기간 같은 내용을 계속 공부한다는건 쉬운일이 아니죠.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 , 무늬만 수험생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 또한 시간일 갈 수록 그렇게 흘러갔고 그런식으로 이도저도 아닌 생활을 보냈습니다.
뒤늦은 나이에 군대를 갔고, 뒤늦은 나이에 간신히 취업했습니다.
친구들은 다들 잘나가는것 같고, 나만 뒷쳐져서 인생이 꼬인거라는 자책감으로 하루하루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 후회의 시간은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시행착오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참혹하고, 스스로가 못난사람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죠.

어려운 살림에 고시공부 한다고 힘들게 돈을 보내주면 학원비를 빼돌려 술을먹고 , 진탕 놀며 부모님께 거짓말하며 지내왔던 그 시절 저의 20대를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럽고 화가 치밉니다.
아무도 만나기 싫고, 그러다 보니 더 아무것도 하기싫고, 악순환이 계속되어 나중에 남은건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어느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를 자책한다고 해서 결국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하지않고, 게을렀던 과거의 나 또한 나의 일부이며 내가 짊어지고 태어난 내 성향이며 내 운명이고 내 인생이다.
떨쳐내려고 너무 자책하기 보다는 그걸 인정하고 조금 욕심을 버리는게 어떨까.

사람마다 인생이라는 퍼즐에 해당하는 자신만의 조각이 있습니다.
비록 그 조각이 모퉁이에 작은 파편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그 조각이 없는 한 퍼즐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내가 나임을 인정하고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를 이해할때 욕심은 조금 누그러 지는 것 같습니다.

지나간 일을 부여잡고 하루종일 울어도 지나간 과거의 삶은 내가 살아온 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하고 , 나와 마주해야 합니다. 그게 지금 나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고요.

후회를 하는건 당연한 겁니다.
당연한걸 알면서도, 조금씩 자책하며 그 후회를 추억으로 넘기려고 사람들은 부단히 노력하죠.

삶이라는게 살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나 힘든일 투성입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고통들이 삶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래도 인생은 살아가야 하는겁니다.
정복의 대상도 아니고, 내가 세운 목표가 내 인생을 대변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를 합리화 하여 정신승리 하기 보다는,
하게 된건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제 안하면 됩니다. 인생이 생각보다 길고, 기회는 언제든 찾아옵니다. 단 그 기회는 스스로를 잘 부여잡고 있는 자에게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명문대학이라는 목표는 수많은 목표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 목표가 삶의 목표가 아닐 수 있어요. 님이 힘을 내야지만, 세상의 퍼즐이 완성됩니다.
그만큼 자기자신을 소중하기에, 주어진 만큼만 하고 그게 부족하다면 더 앞으로 다른걸 찾으면 됩니다. 버려야 합니다. 회한이 가득하지만, 버릴때가 오면 버리고 다시 원점에서 출발 하신다면 훗날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할만큼했고, 도저히 이건 안되겠다 싶으시면 좀 늦더라도 돌아가서 살면 됩니다. 아무도 내 삶에 대해 손가락질 하지 않아요. 부끄러운마음 좀 들면 어때요. 결국 그 부끄러움을 견뎌내는 강인함이 님을 성장 시키는걸요.

저는 아직도 지난날을 생각하면 지금이 너무 쓰리고, 속상하고 죄스럽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점차 살기좋은 세상이 될겁니다. 기회가 올겁니다. 끝까지 수능을 준비하시고, 그게 안된다면 냉철하게 판단하여 5보 후퇴하면 됩니다. 그래도 출분히 도약의 기회는 옵니다.

인생의 계획은 하나일 수 없습니다. 언제나 변수가 존재하고 , 변수를 극복하는 문제해결의 연속입니다. 다만 님은 그걸 좀 일찍 맞이하였고, 수능이라는 녀석과 싸우고 있는 것 뿐입니다. 힘내세요. 잘 할수 있어요. 그리고 충분히 잘 살고 있습니다. 소중한 자녀이고, 친구들에겐 둘도없는 친구일테니요. 저도 응원할께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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