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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Jan 21. 2018

화려한 세상에(花), 왜곡된 폭력(火)

공동체 신뢰회복 그것이 미세먼지보다 더 급하다

예전부터 화병이 가장 무섭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치료가 불가능하고, 원인도 찾기 어렵지만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병은 우리 조상들은 화병이라고 했다. 병명을 찾아서 짝지어 본다면, 암과 화병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까? 화병이 걸리면 옴짝달싹 치료도 제대로 못해보고 죽는경우가 있다. 병들고 , 아프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을때 그것이 정말 화병이 무서운 이유가 아닌가 싶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요즘 말로 최애 List 가장 상단에 있는 영화는 단연 '타짜'다. 화투라는 주제를 통해서 인간의 욕심과 멈출 수 없는 광기를 보여주는 명작중에 명작이다. '화투(花鬪)'  꽃싸움이다. 꽃을가지고 전쟁을 한다는 한자 뜻을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명절때 무심코 지나치던 화투판의 패들을 보면 형형색색의 꽃들이 앞면에 새겨져 있다. 그걸 가지고 규칙을 정해서 승패를 가늠하는 게임이다. 화투가 돈이 오가면 도박이 되고, 재미로 하면 그냥 재미있는 게임이 된다. 돈이 오가는 도박이든, 단순한 내기 게임이든 그 본연은 인간의 욕망을 각각의 규칙속에 내재화하여 싸움을 한다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화병을 이야기 하다가, 대체 왜 갑자기 화투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화' : 이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삶의 많은 영역을 포괄할 수 있다. 내가 주목하는 '화'란 花가 가득한 세상에 火가 왜곡되어 분출되고 있다. 라는 부분이다.


다양한 삶의 소식을 알려주는 뉴스나 신문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주변의 친구들이나 동료들부터 화에 둘러쌓여 화를 잘못 분출하고 있다. 화려한 꽃들이 넘쳐나는 사회의 진보속에 왜곡된 신념이 화병을 요상한 방법으로 분출하게 하고 있다. 초연결 사회가 됨에 따라서, 상대적인 빈곤과 박탈감은 삶의 매 순간에 기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었다. SNS는 소통의 수단을 넘어선 개인의 신념을 왜곡하는 거울속 감옥과 같이 작용하고 있다. 

거짓 칭찬과, 충고가 통용되지 않는 소통의 수단은 개인을 더욱더 편협한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결국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찾아보게 되니 다름을 인정하는 관대함을 사라지게 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본질에 왜곡된 방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고객은 왕이다' 라는 슬로건을 잘못 받아들여 종업원에 대한 배려를 하지않고 갑질을 일삼는 손님들, 삐뚤어진 자격지심으로 충고를 무시로 받아들이고 분노하여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성을 행사하는 사람들, 자기 자신이 문제의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남탓으로 문제 해결을 커녕 갈등을 조장하는 날선사람들. 이 많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것 같다. 


화려한 꽃(花)이 많아 질 수록, 뒤틀린 욕망(火)이 우리 모두를 조초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불안한 생각이든다. 진지하게 생각 하는 매체가 줄어들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경외시 하다보니 종국에 내 생각은 사라지고 루머만 넘쳐나게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누군가를 좌절하게 하고, 좌절하는 사람이 또 화를 주체하지 못하여 루머를 양산하고 그렇게 사회적 자본은 서서히 붕괴한다. 


늘어나는 유명 브랜드나, 커피체인의 여유로움 만큼 우리 공동체의 따듯함도 늘어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론적인 이야기만 가득하고 원초적인 담론은 상실되어 버린 지금 새 국면을 만들기 위해서 개개인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화려한 시대에 화를 잘 다스려 모두가 가지고 있는 화병을 누그러 뜨리고, 다정하고 따뜻하고 함께 하는 공동체가 큰 틀에서 내 삶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주체하지 못하는 화를 가진 모두가 이 시대의 병자이고 피해자이다. 우리를 혼탁하게 하는건 중국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가 아니다. 이해와 공감의 눈을 막는 이기심과 주체하지 못하는 화라는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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