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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Jun 01. 2017

리스본

노스탤지어가 살아 숨 쉬는 곳

리스본은 와이프가 가고 싶어 한 곳이었다.  태어난 한국보다, 지금 살고 있는 미국보다 브라질에서 산 햇수가 훨씬 많은 와이프는 브라질 국어인 포르투갈어가 모국어이다.  아직도 친구들이나 형제들하고는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한다.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와이프가 그곳을 가고 싶어 한 것은 어쩜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유럽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약간은 지겨운 생각이 들 때쯤 우린 어렵지 않게  '리스본'을 가자고 동의를 했다.  


마드리드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리스본에 도착했다.  


18세기 중반 지진으로 폐허가 된 후 재건을 한 후 만들어진 도시이긴 하지만 정말 오래된 건물들이랑 섞여 있다. 리스본은


로마처럼 역사의 곰팡이가 만연하지도 않았고 

파리처럼 첨단을 위해 애쓰며 달려가는 부담도 없었고

취리히처럼 깔끔 떨기 위해 눈치 보지 않아도 되고

암스테르담처럼 인권의 첨단에 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런던처럼 권위를 위해 체면 유지를 벗어나도 그만

비엔나처럼 전통의 그림자에서 벗어 나오지 않아도 그만

베를린처럼 각 잡힌 일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프라하처럼 늘 을로 살았던 분위기에 우울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아주 세련된 건물들도 가끔 눈에 띄지만 도시 전체가 아주 오래된 느낌이 만연하고, 그로 인한 느껴지는 편안함이 최고였다.   거기다 착한 물가가 그 편안함을 보탠다. 어딜 가서 무얼 먹어도, 유명 브랜드가 아니면 뭘 사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말 오래된 거리들이 곳곳이 숨어 있고, 초현대식 문물은 겸손하다.  어딜 가도 편안함이 최고인 것이 리스본이었다.


역사를 보면 포르투갈은 너무 일찍 떠버렸던 탓일까?  지금은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지만, 그래도 한 번은 전 세계를 호령해 보았다는 팩트는 뚜렷하다.  그런 자부심도 느껴질 만 하나 그 흔적은 찾지 못했다.  그 대신


"그렇게 애쓰며 제일이 되려고 얘 쓰지 마..  

아무 소용없어..  

가진 것 감사하며 만족하고 그렇게 행복을 찾아.."


라고 도시 전체가 조용조용히 말하는 것 같았다.  난 그리고 난 그것이 고마왔다. 



와이프랑 내가 꼽은 리스본의 최고는 제레니모 수도원 옆에서 팔던 에그타르트!  우린 다짐했다.  이걸 먹기 위해서라도 우린 반듯이 여기 리스본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28번 트램안에서 찍은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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