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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Oct 21. 2018

x ray

두 달 전에 오피스에 있는 엑스레이 기계 하나가 고장이 났다.  안 그래도 요즘 오피스 업그레이드를 하느라 대미지가 엄청난데 화딱지 나게..   기술자가 왔는데 이것저것 손을 대더니 대뜸 하는 말이 'It's time to buy a new one, ' 새 거 사시라고..  요즘 기계는 수명이 십 년인데 이건 10년 훨씬 넘게 쓰셨다고.  


처음 이 엑스레이 기계를 샀을 땐 디자인이 예쁘기도 했지만, 제일 튼튼하다던 독일 Sieman Sirona 제품이었는데 겨우 수명이 10년 이라니.. 새 것을 주문한다고 해도 며칠은 걸린다고 한다. 내가 한번 고쳐보리라 맘을 먹었다.  왕년에(?) 대학교에서 Physics를 전공하며 실험 준비실에서 오랫동안 알바를 한 경험을 살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장 난 기계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사형선고를 해버린 그 기술자에 대한 오기가 발동했다.


똑같은 모델의 X-Ray Machine 이 오피스에 5개가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는 기계에서 부분적으로 하나씩 떼서 와서 고장 난 기계와 바꿔가며 문제를 찾아갔다.  전기나 회로가 있는 Board 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결국은 X-Ray Beam이 만들어지는 Tube 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찾았다. 그리곤 e-bay를 뒤져보니 아닌 게 아니라 부품이 있다.  아직 멀쩡한 기계 같은데 As-Is condition으로 나온 같은 기계들이 적지 않게 헐값으로 올라와 있다. 며칠 만에 부품이 도착하고 다시 쪼물딱 거리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게 작동을 한다.  음.. 오늘 회식이다... 직원들만 생각지 않은 포식을 했다. 


아무리 Consumer 시대라고는 하지만..  고치지 않으려는 자,  무조건 업그레이드만 외치는 자, 팔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자...



그렇게 그들이 원하는 식으로만 하면 남는 건 뭐지?  병원엔 빚만 잔뜩 남고, 그 빚을 채우기 위해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은 덤터기를 써야 한다. 의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꼭 필요치 않는 진료를 추천하는 세일즈맨이 돼야 하고 환자들은 호구(?)가 되어 그 빚을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도대체 이런 악순환은 끝날 줄을 모르고 점점 더 심해진다.  세일즈맨들의 혀는 점점 강해지지만, 결국 그들도 환자가 되어 불이익을 당하면서 면죄부를 외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 상관없는 사람들은 무슨 죄란 말인가..  

돈이 문제다..   돈이 사람 눈을 멀게 한다.

Imagine there is no possession,
I wonder you can.  
- John Len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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