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巨木)의 나이

위대한 노인 로트블랫

by 새벽종 종Mu

노인의 강인함이 그려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사자처럼 홀로 의연하게 삶의 바다를 헤쳐간다.

뭍에 사는 안일한 무리들은, 노인이 이제 전 날의 그 어부가 아니라고 비웃겠지만, 지지 않는 마음에서 그는 여전히 승자이다.

거목ㅡ남산 기억의 터 아래

풍상을 견디고 우뚝 서 있는 고목 앞에서, 우리 모두 숙연하듯이, 늙음의 고통, 병듦의 고통 앞에서도 '이까짓 것' 하면서 자신의 사명에 매진하는 노인들은, 그들의 시간을 한없이 장엄하게 물들여간다.


저 붉은 저녁노을을 보라!

사람들이 소리치며 팔을 들어 서녘 하늘을 가리킨다.

세계인권선언ㅡ기억의 터


오늘 나는 물리학자 로트블랫에 대하여 자꾸 생각했다. 뛰어난 두뇌가 인정되어 '맨해튼 계획'에 초대받아, 하마터면 핵 개발 프로젝트에 종사할 뻔했던, 그러나 자유의지로 그곳을 이탈, 크고 작은 불이익에 눈 하나 끔쩍 않고, 핵무기 폐절 운동에 죽는 날까지 진력했던 과학자.


사랑하는 아내를 나치스의 홀로코스트(대량학살)로 잃은 아픔.

지구평화를 향한 탐구, 로트블랫의 대화집.이 대담집의 퇴고를 최종적으로 마친 때는 2005년 8월 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로부터 60주년이 되는 여름. 그달 31일 서거.


맨해튼 계획에서 도중에 빠져나왔다고는 하지만, 원폭 개발에 가담했다는 자괴감.


이렇게 한 과학자의 심장 안으로 깊이 박혀 들어간,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대비극의 창끝.


그 때문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그는 평화를 위한 투쟁에 일어섰다.


시대와 운명을 탓할 수밖에 없는 비애를, 인류 생명을 보호하자는 선(善)의 정열로 전환하여 분기한 것이다.


1995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에도, 그는 평화를 지키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면서, 동분서주하는 나날을 보낸다.


"나는 피로라는 것을 자신에게 용납하지 않는다."ㅡ 90세 노인의 기개였다.


"전쟁은 인간을 어리석은 동물로 만드는 힘이 있다. 야만을 증오한 사람이 스스로 야만스러운 행위를 일삼는다. 거기에 전쟁의 광기가 있다."ㅡ이것이 전쟁의 참상을 직시한 로트블랫 박사의 정직한 결론이다. (1989년) 인간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에 깃든 광기, 박사처럼 철저히 보아버린 사람이 아니고서는 통찰할 수 없는 지혜이다.


평화의 횃불을 들고 신념의 대도(大道)를 쉬지 않고 전진, 숨을 거두기까지 전쟁의 광기와 투쟁하였으니, 돌아가던 96세까지(2005년 8월) 여생의 안일함 같은 건 없었다 한다.


누가 늙으면 서럽다 했는가!

끝까지 불태우는 붉은 석양을 보라!

이 세상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얼마가 남았든 사는 날까지, 자신의 생명을 감사히 여기며 자신만의 사명에 아낌없이 쏟아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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