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겼습니다

홍콩 화가 할머니 방소린(方召麐)

by 새벽종 종Mu

미국의 모지스 여사(1860ㅡ1961),

70대에 그림을 시작해, 100세 넘어서까지 2000 여점의 작품을 그려냈다는, 할머니 중의 할머니.

그녀의 천진무구한 전원풍경을 보면, 그녀가 정녕 일찍 남편을 잃고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이 심했던, 말년에 관절염을 앓은 할머니가 맞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화폭 가득 밝고 환한 멜로디ㅡ

" 아시나요,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답고 즐겁지요?"

커피를 마시고 난 종이컵이 너무 예뻐 차마 버릴 수 없었습니다. 때로는 그 위에 짧다란 메모를.

그 독특한 그림 세계 때문에도, 그녀는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예술적 성공을 떠나 늦은 나이에 재능의 꽃을 피운 화가의 스토리가 사실 더 유명하다. 사람들은 국경과 시대를 떠나 그녀의 이야기에서 격려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그래,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어.


그녀의 이야기를 전하는 책은 한 장 한 장 너무나 아름답다. 그녀의 인생 자체가 동화 같아서도 그렇고, 그녀의 그림 사진이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 주름진 얼굴까지도 하나 같이 보기 좋아서도 그렇다.


그 책갈피 속 어느 구절에선가, 결코 그냥 넘겨지지 않은 일화 하나, 흐릿한 채 기억해 내자면, 그녀의 현실 속엔 이미 고령인 어머니에게 모종의 표현을 통해 어머니 자신이 경제적 분담을 의식하여 노력하게 만든 아들이 존재했다. 그런 미국식(?)의 현실 가정이, 그녀로 하여금 쉬지 않고 무엇이든 작업을 계속하게 만들고, 안 팔릴지 모를 그림이나마 마을 가게에 내놓게 한 실제적 동인(动因)이었다.( *내 독서의 기억이 맞다면 말이다.)


이에 대해 '동양인'으로서 감탄스러운 건, 이 안에 조금의 한탄도 원망도 도피도 없었다는 것. 내가 아는 동양, 특히 한국의 가정이라면, 아니 자식이 돼 갖고 환갑 넘은 모친에게 무슨 생활비 분담이야? 지 엄마가 뼈 빠지게 고생해서 키워줬으면, 이제 지가 봉양해야지...이런 남의 소리는 물론이고, 노모 자신이 남 모르게 내는 한숨소리가 없을 수 없기에 하는 말이다.


맞다.

'효양'(孝养)은 고금동서를 막론한 상식이고 도리이다.

그렇긴 하나, 각자에게 현실은 일률적이지 않다. 아무리 고령이라도 현실은 들쭉날쭉 어느 쪽으로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때, 오히려 행복을 창조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상식보다 더 깊고 더 큰 도리를 취하곤 한다.


일본의 어느 대인물이던가? 인생의 3대 다행을 말했다는 ㅡ

병약해서 좋았다.

가난해서 좋았다.

못 배워서 좋았다.(*공부를 안했다는 뜻이 아니고, 학교 진학과 졸업이 여의치 않았다는 뜻)


남들이 불행 요인으로 여기는 그 세 가지 결핍이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주었다는 것이다.


대체 이러한 '호연지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삶의 태도, 즉 역경에 굴하지 않는 태도는 교실에서 배우기 힘들다.


그런데 스스로 인생을 가꾸기 위해 참 도리를 올곧게 들어 새기는 사람, 고전에서 문자로 읽고 그를 실천하는 사람, ㅡ이제야 그 훌륭함에 눈이 떠진다.


그중의 한분이 방소린 화가(1914ㅡ2006)이다.

그녀는 '중국의 여걸'로도 칭해진다.

전쟁을 겪고 뜻밖의 사태 속에 여기저기 전전하다, 홍콩에 이주. 가정을 이루고 겨우 안정을 찾나 했더니 남편의 병사. 그때 여사 앞에는 11살 아이부터 3세까지 8명의 자식이 남겨 있었다.

어머니는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무역회사를 꾸려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40대가 되고 나서, 홍콩 대학에 입학 미술을 배운다.


"어머니가 붓을 잡지 않은 날을 본 적이 없다."

이것이 자식들의 회고이다. 여덟 명의 자녀들은 다 성장하여 유엔(UN) 의원, 변호사, 의사, 회사 사장 등으로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왜 산에 오르는가, 산이 거기 있으므로 ㅡ수유역 상가

그녀는 상쾌하게 말한다.

" 나는 이겼습니다."라고. 어머니로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승리라 할 것이다.


"젊어서 남편을 잃었기 때문에 오히려 홍콩 대학에도 입학하여 그림 공부도 깊게 해 나갈 수 있었던지도 모릅니다."

방소린 씨의 이 말. 여기에 '다름'이 있다. 뜻하지 않은 슬픔이나 괴로움에 부딪혔을 때, 드디어 도전을 할 때가 왔다고 결의한다. 파도가 밀어닥치는 듯한 파란만장한 인생을 타고 넘을 때 진짜 인물이 만들어지는 법.


"괴로움이 극에 달하면 진주가 된다."ㅡ요시카와 에이지


고령에도 하루 6,7시간의 작업을 늦추는 법이 없다. 건강의 비결을 묻자, 여사는

"역경"(易经)에 나오는 한 구절을 들어 답한다.


"'천행'(天行)은 '건'(健)이니라. 군자는 자강(自强)하여 쉬지 않는다."ㅡ천체의 운행은 건전하여 쉬는 법이 없다. 군자(자신과 세상의 성장에 힘쓰는 이)는 그와 같이, 힘쓰고 노력함을 멈추지 않는다.


여사는 이 구절을 들어,

"지구도 매일 쉬지 않고 돌고 있습니다. 인간도 지구와 같이 끊이지 않고 일을 계속하면 건강해집니다. 그리고 정신도 드높일 수 있습니다."

이화동 오르막길 어느 꽃카페

보통 봄을 꽃이 피는 계절이라고 한다.

그리고 청춘을 곧잘 봄에 비유한다.

그러나 인생의 꽃은 봄에 한정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40대, 50대, 60대 어느 때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좋은 것이다. 오히려 젊었을 때야말로 노고 쪽이 더 의미 있는 경우도 많다.

은행나무 가로수 ㅡ11.12

초조할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 전부 수업이다.

전부 인내다.

자신의 인생궤도 위를 착실하게 밟고 나아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방소린 화가 이야기 출처 및 그에 대한 교훈은 주로 책 " 어머니의 시"에서 퍼왔습니다. )

(*양해를 구합니다. 휴대폰으로 글 쓸 때는 한자 입력 기능 상 대륙의 '간체자'가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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