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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Jun 02. 2023

갈빗집 여사장님의 꽃•부심

걷다 보면

#.

큰길의 안 길은 상가와 주택가가 섞이는 교차 지점.

무심코 걷다가도 발길을 머물게 하는 뭔가가 많은 길.

"어?"

통유리 안에서 카페 직원이 막 파리를 잡은 순간을 보았다.

작은 화분 큰 화분 갖가지 화초가 빼곡한 곳이 뜻밖에 철물점이어서 또 "어?"

인도人道가 좁은 편인데도 걸을수록 즐거운 그런 길.


가녀린 가로수, 나무 발치에  꽃포기가 보인다. 한눈에도 심은지 얼마 안 되었다고 느껴지는.

그 느낌의 단서는 꽃포기마다 둥그런 물자국을 두르고 있다는 거?

그리고 거기 나무 옆에 서 있는 여인이 꽃포기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가게가 한가한 시간에  문 앞에 나와 서 있는 사장님일 것이다.

"꽃이네요."

"네에, 예쁘죠? 내가 심었어요."

낳은 아기라도 자랑하는 것처럼 말을 잇는다.

"나는 꽃을 너무 좋아해서 집에도 화분이 가득해요. 가게 나오기 전에  1시간씩  살피고 온답니다. 하나하나 말도 걸고 칭찬도 해 주며..."

"그렇군요. 가게를 하려면 바쁘실 텐데..."

"사람들은 구청에서 심은 줄 알더라고요. 이 꽃포기들도  이건 한 포기에 5천 원씩 이건 만 원씩 다 내가  산 거예요. "

"어머나, 사장님은 돈 벌어서 꽃 사는 데 다 쓰셨네요. 그러나 돈 주고 샀다는 말은 비밀로 하셔요. 누가 몰래 뽑아갈라..."

"설마 뽑아가려고요? 눈으로 보면 될 것을. 예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어요."

"근데요. 제가 아는 식당 주인이 그러는데, 남자손님들이 오히려 여자손님들보다 꽃에 관심이 많더래요."

"어머나, 그런가?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남자분들 여자분들 다 관심을 가져요.  "

"암튼 그 여사장님 얘기는 우연히 유리컵에 꽃가지 하나를  꽂아 놓았는데 여자분들은 본 둥 만 둥 지나치는데 남자손님들은 그걸 놓치지 않고 발견하더래요."

내가 한 얘기는  잘 가는 칼국수집에서 들은 얘기였다.

그런데 나의 정보 전달에 고운 얼굴의 사장님이 얼굴 표정도 고치지 않고 매우 독특한 해석을 내놓는다.

"그건 남자들이 으뭉해서 그래요. 어떻게든 한 마디 더해 보려고."

하하하.

이건 현실적 통찰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결론 아니던가.

"그건 사장님이 미인이셔서 그래요."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도저히 안 웃을 수가 없다.


걷다가 말을 걸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상가 안길.

오늘은 아리따운 여사장님의 갈빗집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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