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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Apr 30. 2023

부럽지 않아

하나도

#.

행복이 뭔지 혼란한 채로 자랑부터 앞서는 사람이 뜻밖에도 참 많다.

하다못해  엊그제 반신욕조를 구입한 일, 정수기를 새 걸로 교체한  일이라도 내세워 화제의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소유를 자랑한다라는 행위는 원래 공유를 배제한 데서 출발한 것. 그러면서 마땅히 공통화제로 삼아야 한다는  무리수가 제법 통하는 일상이라니, 직감적으로 무의미한 시각이 강림했음을 안다.

맙소사. 이 잦은 반복을 어쩌나.

물론 럴 때 딱 맞는 노래가 있긴 하다.

"... 나는 부럽지가 않아.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

하지만  난  노래를 썩 잘 부르지 못하므로, 노래대신 부러운 표정을 살짝 지어주기로 한다.  

그까짓 사소한 허영심쯤 못 봐준다면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

매주 한 번 갖는 토론회에서.

토론의 중심자가 어제 따라 자기 생각을 내세우고자  조바심쳤다.  그 정도의 권한은 누리겠다고 미리 작정한 모양새였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참가자의 뜻이 언뜻언뜻 묵살되었는데, 간간이 유머러스한 대화도 없지 않아서  일일이  따지기도 어려웠다.  

에라, 그러고 싶다는데 그러라 하지 뭐.

이렇게 다수가 양보하는 분위기로 하하하 웃으며 두 시간을 채웠다.


그 두 시간의 서두 나와 일치한 한 마디도 있었다.

젊음이 부럽지가 않아.

20대도 30대도, 전혀 부럽지가 않아.

나도 그래,라고 끄덕여주고 싶지만 어제 따라 그런 사소한 동조도 삼가야 했다는 것이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다.

왜냐고?

홀로 우뚝 부각되고 싶은 거기에 대고 "나도 그런데"라고 블쑥 나서면 차갑게 흘길 것 같아서였다. 불쾌한 눈흘김을 받느니 차라리, 당신의 그  생각이  경이롭군요, 이런 리스펙트를 띄어주는 편이 나을 것이었다.

아예 눈치를 못 챘다면 모를까. 모두가 우러러봐줬으면 하는 욕구를  이미 알아챈 터에... 당이 떨어졌다면 사탕이 제일일 것.

오호! 그래요?


사실, 젊음이 부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 시점이라면 일부러 헤아리지 않아도  시기도 내가 훨씬 앞이고 그 생각 또한 훨씬 깊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난  얼마든지 리스펙트해 줄 수 있어.


#.

모리 슈워츠 교수는 젊음이 부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내 안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지. 난 3살이기도 하고, 5살이기도 하고, 37살이기도 하고, 50살이기도 해. 그 세월을 다 거쳐 왔으니까, 그때가 어떤지 알지...(생략)...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어. 그런데 자네가 있는 그 자리가 어떻게 부러울 수 있겠나. 내가 다 거쳐 온 시절인데."

                           ㅡ<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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