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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Apr 20. 2023

추억은 차고 친구는 비다

수필가 친구

#.

밖에  비 오는 거?

사위가 조용한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직감적으로 드는 느낌"비"였다.

역시나.

부슬비가  처럼 소리 없이  날리고 다.

그냥 둘꺼나.

물빨래한 겨울 코트가 빨랫대에 걸쳐있는데...

봄비에 상큼해진 대기에 마음은 왠지 느긋할대로 느긋해져서 큼큼큼 ...문밖으로 코만 내밀고  있다가 마지못한 일기예보를 읽는다.

잠시 그쳤다가 오전 한때 비.

그럼 걷어서 집안에 들여야겠구나.


#.

친구 생각이 났다.

친구의 딸 생각도.

아주 어릴 때 보았는데...

간밤에 읽은 수필 탓이다.

사실은 연락처를 알고 싶었다.

연락처는 얻지 못하고 친구의 글을 읽었다. 수필 한 편, 시 두 편.

부탁을 할까, 그래도 될까? 아냐, 모처럼 연락해서 부탁이라니... 속셈이 있었다고 불쾌할 거야. 그래도 생애 첫 부탁인데, 옛날에 쌓은 추억을 봐서라도...

몇 번을 저울질했다.

그러다 잠이 들었다.


#.

좋은 목적이잖아.

고향을 멀리 벗어나지 않은 친구에겐 내 부탁 정도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것이다. 항상 그 정도의  교제범위를 유지하고 지낼 아이다.... 그래도 거절한다면?  할 수 없지. 그런데도?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지금 가리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니란 말이지, 나만 바라보고 있는 저쪽 형편도 생각해야지...


하지만, 나라도 이십 년 만에 연결하여, 실은 부탁이 있어. 이러면 싫을 것이다.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남지. 왜? 하며 밀어내고 싶을 것이다.

거절과 냉소에 변명을 찾다가  나도 모르게  적의가 만들어질 것이다. 쳇, 예전에도 지만 알더니 여전하군! 이러면서. 

둘 다 고만고만 어설펐던 그래서 소꿉놀이 같았던 우정의 시기를 "팽ㅡ"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친구도 아니게 되잖아.

그리고  봐봐, 지금  네  상상플랜 속에서   친구를 충분히 의심했고 미워했고 버렸어, 


#.

그랬다.

나의 어떤 책무가,

책무라는 것을 받아 든 순간부터 스스로 달음질을 시작하는 내 경향성이,

문득 저 멀리의 구를 불러냈고,

급한데 도와줄 수 있느냐 물었고,

거절받았다. 동시에 나는 다시 차가워졌다.


#.

새벽 4시.

친구는 자고 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고.

미안하다.

말갛게 옛 꿈을 비우고

새싹 움트는 빗자욱 사이로 숨결을 모으고 있을 너에게.


친구,  세월 저 너머에 고스란히 꽂혀 있는 마른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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