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종 종Mu Mar 18. 2023

치즈케이크

단지 아까워서

#.

길을 걸을 때 나는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아이.

유연성이 떨어진 몸에 가만히 못 있는 건 오직 눈동자.

그만큼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


한 번은 그런 궁금함으로 마당으로 나와 있는 노인분에게 말을 걸었다가 무작스러운 호통을 받기도 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하필 말을 건 게 병든 노인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때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애틋해서 마침 내 시야로 들어온 그와 인사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하...


#.

치즈케이크.


카톡으로 선물카드를 받는 일은 어쩌다 가끔이고 그래서 아직도  잘 모르겠는,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제때 잘 열릴, 정말로 써먹을 수 있는 건지...


해당 가게에 가서 바코드를 찍기까지 완전한 확신이 없다.


어제는 늦게 부랴부랴 커피점에 갔다. 동네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집이 가까운 지인을 불러내서. 

왜냐하면 오후에 선물 받고 기뻐했는데 알고 보니  유효기간이 바로 그날 마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반나절의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7시에사 알았으니 순간적으로 갈등할 수밖에.


그냥 릴까.


이 시간에 커피라면 크게 아깝진 않지. 


그래도 케이크는 좀 아까운데?


그래서 불쑥 전화를 걸었다. 아들네 손주 봐주고 막 돌아오는 길이라는 지인에게.  

커피보다는 남편하고 저녁밥을 먹어야 할 시간이었을 터인 그분을 불러 케이크를 나눠 먹었다. 밤에 잠을 못 잘까 봐 커피는 일회용 뚜껑을 닫아둔 채로...


한 움큼 케이크 먹는 데 저녁 시간을 떼어 주고

돌아와서 낡은 고무줄처럼 하냥 늘어진 나.


이게 뭐야? 스스로 핀잔하고 싶은 기분. 하지만

뭐든 그저 신기해서 절대 심드렁한 척 넘길 수 없어서 벌이는 소동이었다 생각하면...  

여태 이렇게 살아온 나 자신에게 피식   웃어줄밖에. 


뒷이야기. 알고보니 내가 마감 연도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츳츳...


작가의 이전글 러시아 거지의 오페라 티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