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안고 숲은 채워지고

"오느른"에-감사는 네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by 새벽종 종Mu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숲을 하나씩 안고 산다고 작가 하루끼가 말했다고.


그 말의 진의를 잠시 내려놓고, 나는 이 말이 참 좋다고, 새삼 다시없이 풍요해진 자신을 느낀다.


지상에 작은 농막 하나, 남새밭 하나도 없는 처지에, 가슴속에나마 숲이 있는 것이다.

참나무언덕을 영어이름으로 쓴 농원카페에 갔습니다.거기서 본 언덕 하나가 제 맘을 그윽하게 해줬습니다

새삼스레 숲이 소중하다 말하는 이유라면, 어쩌면, 유튜브에서 오랜만에 요즘의 "오느른"을 보아서일 수도 있다. (*오느른의 원뜻은, 오늘을 사는 어른들 이야기라나...)


김제 평원의 한 마을, 사람이 오래 살지 않은 폐가를 구한 서울의 모 방송사 아가씨. 폐가를 사람살이에 알맞게 꾸미고자 살던 전셋집을 뺀다. 그때 딸의 결정을 지켜봐야 했던 아버지. 이번 회엔, 다 고쳐진 딸의 시골집을 구경하러 온 아버지 편이다. 난생처음 무모할 정도의 큰 일(?)을 저지르고, 사실은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ㅡ결과물을 열어 보여주는 딸의 조마조마함. 아버지가 과연 수긍해 주실까?


편하구나.


창이 환한 거실, 소파에 앉아 뜸이나 들이듯 문득 이 한 마디.


편하구나. 이 집, 이 순간, 너와 함께... 뒤에 이어지는 여러 가지의 명사를 다 포함한 그 한 마디. 그동안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자신의 삶을 담을 집 하나를 새로 단장해갔던 딸에겐 이 말보다 더 기분 좋은 최상의 평가가 없었으리라.


그래서 하는 말이다.

그렇게 작은 시골집 하나만 가져도 맘이 부자 된 기분인데, 숲이라니... 누구나 숲을 안고 산다니, 얼마나 푸르르고 얼마나 상쾌하겠는가, 이 말이다.


그러니 모종의 결핍감을 잠재우자.

향상심에 진보하는 잰걸음은 좋지만, 계속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자고 곁눈질하는 그것은 버리자.


오늘에 최선을 다함도 좋지만, 이 하루 이미 감사하고도 남을 한 가지 맨 처음의 어떤 시작, 그 시작의 순간에 미루지 말고 바로 감사하자.


제 때 그 하나를 감사했을 때 마음이 가벼워지고, 다음에 이어서 더욱 즐겁게 전념할 수 있다.


재작년에 생각한 일, 작년에도 미루었고 어제도 미루었고, 그 사이 누군가 해냈다. 내가 했으면 그런 색깔은 아니었겠지만, 해낸 사람은 훌륭하다.

가을날 남산 둘레길 사진전에서 본 어느 시민의 작품

생각한 것을 눈덩이 굴리듯 계속 밀고 나가 떡 하니 눈사람 하나를 완성해서 자신의 숲에 세운다. 누군가는 오솔길 구비마다 어느새 열 개 스무 개. 하지만 나는 이제 한 줌 눈을 주먹으로 누르는 중이다. 아무렴 어떠랴. 언젠가 나의 숲으로 들어오는 누군가도 사람 키만 한 눈사람 하나를 보게 되리라. 그 이후엔 또 하나... 마냥 즐거울 것이다.


그러니, 네가 오늘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그 시작에 감사한다면. 감사의 시작은 내일로 이어지리라.


그러니, 겨울이 깊어져도,

숲의 주인인 이상 초조할 필요는 없다.


(*나의 시작은 아니지만, 쓰촨대의 후배를 도와, 자료를 찾았다. 후배가 새로 시작하는 연구는 송나라 시기의 호상학(湖湘学)이라는 유학파의 조선에서의 발전상이다. 그래서 내게 조선 유학자인 田愚(전우)의 " 艮斋先生全集"(간재선생전집) 표지 사진을 보여주며 구해달라고 했다.

감기 속에서 이 책을 구할 방법을 찾아 서핑, 여기로 저기로 들어가고 나오고를 반복하다, 오늘 한낮에, 아, 고전번역원 도서관! 잘 찾아낸 것 같아 후배에게 문자메시지로, 가서 책을 빌린 다음 복사를 해서 보내주마고 했더니, 우리 친애하는 후배 왈: "아, 복사라는 방법이 있었군요. 여기 아는 분에게 책을 빌릴 수 있어요."

이렇게 돌고 돌아 임무 하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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