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의 기쁜 소식, ㅡ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작가 한강이 선정되었다는 소식. 무조건 신났다.
올해는 누가 노벨상을 받게 될까? 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특히 문학상에 관심이 많다. 읽고 나서 '역시~' ㅡ 하는 작품을 만나면 '아, 이래서 수상했구나. ' 바로 수긍이 간다. 꼭 수상 소식 즉시에 구해 읽는 건 아니지만 암튼 스웨덴 한림원의 심사를 통과한 데는 다 충분한 이유가 있었겠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믿음이 기반된 덕분이리라. 우락부락 거칠지 않은 젊고 여리여리한 여작가가 그 같은 국제적인 top급의 인정을 받았다는 놀람과 찬탄도 겹쳐 '이거 너무도 멋진 일인데!'라고 되뇌고 되뇐다.
많이들 같은 마음인지 오가는 인사말에 "한강"이란 이름이 등장하곤 한다. 휴대폰 문자들엔 한강의 약력이, 한강의 육성이, 한강을 언급한 유명인 동영상이 첨부되어 날아온다.
한강의 시 <서시>는 이렇게 오가는 축하붐 속에 얻어걸린 '작품'이다.
ㅁㅁ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 한강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