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그러니까 어제 진종일 나는, 내일이 어버이 날이구나, 이 점을 의식하고 지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어버이날이란 것이 내겐 여전히 익숙치 않게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그냥 어머니날로 두는 게 좋을 뻔했어.
혼잣말을 한다.
이런 나의 생각, 세상의 아버지들이 들으면 섭섭해할까?
불공평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나 어릴 적의 뇌리에 어머니날이란 명칭이 너무 깊게 새겨진 탓인지 모른다. 아니면, 우리집엔 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셔서 이젠 옆에 안 계시니까 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명륜당에서, 유생의 공부방일까
하여간 나는 종일 "어머니"란 이름에 꽂혀서, 이 상념 저 상념 곱씹는데, 문득 '나라면 어떤 어머니를 원할까'ㅡ라는 질문이 떠오르고 난 데 없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란 소설이 생각났다.
"나한테 너만 있으면 돼, "
젊고 고운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고 어린아이와 단 둘이 지낸다. 어여쁘고 상냥한 엄마에게 넌지시 구애하는 남성도 있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다짐하듯 말하는 것이다.
엄마에겐 너보다 더 소중한 게 없단다ㅡ라는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어린아이라도, 아빠가 없는 휑한 그늘을 모를 리 없다. 그렇지만 왠지 꽉 차 오르는 느낌.
아아, 나는 엄마의 전부이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 자신이 다시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받는 벅참은 영원한 추억이 되고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피천득 시인이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회상하는 걸 듣고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전하니,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잊지 못할 기억이었던 게지.
마음 맑은 시인과 그의 우아한 엄마.
이 소설을 읽을 즈음의 나는, 내가 엄마가 되면, 아들이 어느 각도로 기억해도 무결점의 어머니로 남을 것을 자신했다.
그러나, 아들이 두 살 되고 세 살이 될 쯤에 나는 그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여성이 어느 각도로 보아도 선이 고운 그런 외모를 가지기도 어렵듯, 엄마가 되어 자식을 대함에 매 순간 순일무잡한 자애만 갖기도 정말 어렵다는 걸 알았으니까.
더구나, 나의 아들은 엄마라고 하여 무조건 두리뭉실하게 다 좋다고 봐주는 인정 넘치는 어린이가 아니었다.
조금은 서글펐다. 적어도 한 가족이 되어 아이의 우상으로 사는 정도의 보상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다 어머니를 테마로 한 한 편의 시를 만났다.
시인은 말한다.ㅡ
어머니의 행동이 때로유치하게도 보이지만, 알고보면 예리한 인생 연구자이고 생활 박사라 불러야 한다고.
자신이 만든 조촐한 식사를 유명한 레스토랑보다 맛있는 음식이라 자찬하는가 하면,
가난하여 좁은 집을, 청소하기 간단하니 편리한 집 아니냐고 주장하고... 소소한 데서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떠들어대는 거기에 어머니다운 낙관과 기세가 있지 않냐고.
어머니, 당신은
생활의 힘을 가진 명인(名人)
마음을 치유하는 달인(达人)이라고...
어머니가 가진 여성적 결함과 오묘한 생기가 시인의 펜으로 그려지니... 몇 번이고 읽고 또 읽는 동안 내 안의 자괴감이 사라졌다, 완벽한 어머니가 못 되어 속상했던 마음이새롭게 바뀌었다. 완벽할 순 없어도, 나답게 노력하다 보면 좋은 어머니로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