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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이럭 클럽"에선가,
연기 나는 모기향이 있었다.
산이 많은 강북이라선지 여름밤이면 모기가 무섭다. 그래서 작년에도 얼마간 덕을 봤던 그 모기향이다.
코로나19로 원료 수입이 안 된다나.... 그래서 품절이에요.
동네 명진 슈퍼 여사장님의 설명이다.
쩝!
어쩌나. 뿜는 것도 전자모기향도 그만 못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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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모기에 물리는 바람에 잠을 깬다.
깨어야 할 시간이 아닌데 일어나면, 몸도 마음도 찌뿌드드하고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이 된다. 물 한 잔 마시고, 멍하니 앉아서 다시 소르르 잠이 찾아오길 기다리는 그런 밤. ㅡ이 또한 코로나19로 시작된 작은 풍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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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그냥 책상에 앉아봤다.
그러나 정작 작업 중인 파일은 미뤄두고, 아주 오래 전의 메모들을 뒤적였다.
이 세상을 다시 사랑하고 싶어 애쓰던 무렵.
조금만 근거가 있으면 꼭 껴안고 그 소중한 의미로 살아가야겠다고, 소심한, 그러나 간절한 시도를 거듭해야 했던 나날.
돌을 부딪혀 불을 얻는 데 꼬박 여섯 달이 걸렸어요.
동남아 해변 마을에 소년 몇 명이 조각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열 달 만이던가, 구조된 기사를 본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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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까지 문서파일 하나를
허리가
꾸부러지도록 훑은 후의 내 잠정 결론은,
다 지나간 일,
싸그리 비워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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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비워낼 것.
새벽을 꼴딱 새워 읽고 나서, 그것도 몇 해에 걸쳐 저장해 둔 메모장인데....
그래도 하나 건진 게 있다는 위안이 있긴 하다.
시 한 편!( 이 시는 근래에 출판사로 넘긴 원고 속에 삽입되어 있으니 하는 말이다.)
강가 풀덤불 사이로 돌로 조각된 소가 엎드려 있었다. 그 옆에는 노래가 적힌 비석이 서 있었는데, 돌소가 엎드려 있는 그곳에 보물이 묻혀 있을 거라는 가사였다. 이 도시에 전해 내려 오는 민요라고 했다.
정말요?
심장이 뛰었다.
강바닥에서 돌소(물소)를 발견했대요. 하지만 보물은 못 찾았대요.
사람들은 역사와 전설을 헤집으며 강물 속 어딘가에 분명 보물이 가라앉아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즈음 써 놓았던 시다.
"... 그녀의 가슴은 뛰었습니다.
물소가 있는 한
보물 또한 강 어딘가에서 영원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몇 년 뒤, 우연한 기회에 나는, 그 강의 상류 쪽에서 전설로만 전해지던 보물들을 실제로 발굴해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다. 자세히 읽어 보니, 발굴의 발단이 되었던 은덩이를 발견한 시간은, 내가 강가에서 보물 이야기를 듣던 때보다 3년이나 앞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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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식어버린 심장이 다시 뛰는 걸 감지하던 순간이 있었다. 이 세상을 다시 열렬히 사랑할 가능성으로 벅차 올랐던 그날의 강가.
그 이후 매 순간의 생생한 삶의 느낌에 새삼 놀라고 감격하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뜻밖에도 자기 자신에 정직하지도 진지하지도 못하다는 걸 다시 한번 목격하고 시인해 주기도 했던.
일기의 행간에는 그런
말 못 할 실망도 엉겨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근두근
보물 이야기에 소녀처럼 설레던
심장을 안았으니.
그거 하나 오려내고 모두 흘려보내도 될 것이다.
그 도시에서의 시간들. 과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