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를 만들고 싶어?(7)

만화가 표나 C(pyona_C)의 첫걸음(第一步)

by 새벽종 종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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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아들의 재촉 때문이었다.

인스타그램 앱을 찾아 다운로드하고 계정을 만든 건.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손바닥에 스마트폰을 쥐고 몇 단계를 거쳐 계정까지는, 아날로그 세대의 감성으로는 장애물 몇 개를 인내심 있게 넘고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니,

번잡스러운 느낌이 먼저였다.

앱 하나만큼 숙제 하나 더 생기는 기분 같은 거?


그러나, 저녁 통화 중 아들이 물어온다.

했어?

으응? 아직...

이렇게 사흘째던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이걸 꼭 시작해야지, 흐지부지 안 했다간 내 아들 심정 상하겠구나.ㅡ미룰 일이 아닌 것이 확실해졌다.


그래서 만화가 pyona_c라는 이름이 등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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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그림은 아들에게 보내준 그 그림으로.

그 때문에 인스타그램을 하라고 권유받았으니까.

(*첫 그림, '부캐... ' (4)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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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 번째 그림도 그 무렵의 낙서를 찾아 올린다.

왜냐하면 다 잊어버린 10년 전이 카드메모를 찾아내면서 되살아나고, 그게 또 새삼스러우니까. 기분이 뭐랄까.

힘들게 고개 하나 넘어온 것 같다.


(연재 내용)

제2 낙서:


제3 낙서:


제4 낙서(예정):


제5 낙서(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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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서점에선가 무료로 얻은 카드 뭉치.

한 동안 거기에 일기처럼 깨작깨작.

일기도 아니고 그림도 아직이라 묵혀두었던 것들,


우선은 그것들로 처음 몇 발짝을 떼기로 한다.

그러면 급한 대로 숨을 돌리니 좋고, 개인적으론10년의 거리를 두고 지난 일을 정리하는 셈도 되니 굳이 나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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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어느 집 마당에 울며불며 야단법석인 사람들을 보고, 지나가던 길손 하나, 걸음을 잠시 멈추고 한 마디 던진다.


지금 엄청난 일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니라.

세월이 지나면 아무리 힘든 일도 다 잊히게 되는 법이니라.

그러니, 울음일랑 멈추거라.


말끝에 아주 고답적인 여운을 남기면서 나그네는 이내 제 갈길을 떠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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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나'?


아들은 이 아이디가 별로라고 했다.

아이디어가 참신하지 않단 얘긴가? 그러나 딱이 다른 이름이 생각 안 났다.

그래서 그냥 쓰기로 했다. 한글 자모를 영문자로만 바꾸어서.

유치원때 아들이 채운 말주머니, 화낼 때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엄마가 정말 리얼하다, ㅡ 빨간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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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등 떠밀리듯 등록한 새 계정.


그러나 전후좌우를 따졌을 때, 어쩌면 이 모두가 내 머릿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표나 C' 부캐 본인의 의지가 벌인 일 같기도 하다.